수출 규제 속 '칩 자립화' 도전하는 中
"엔비디아 칩 없어도"…자체 AI 칩 개발
파운드리·메모리선 범용 넘어 첨단 도전
미국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의 대중(對中) 수출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이 수출 통제로 더는 묶어둘 수 없을 만큼 근접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미국의 고강도 제약에도 중국은 7㎚(1㎚=10억분의 1m) 공정 기반 AI 칩을 양산하고 고단 3차원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 등 핵심 공정 전반에서 격차를 빠르게 좁힌 것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H200 대중 수출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2022년 조 바이든 정부 시절 14㎚ 이하 공정용 장비와 최첨단 AI 가속기 수출을 제한했고, 이후 우회용 제품(H800·A800 등)도 추가로 막았다. 이 조치로 중국에 공급되던 A100·H100도 사실상 중단됐다.
초기에는 중국 AI 기업들이 H100을 사용하지 못해 모델 훈련과 데이터센터 확장에 차질을 겪었다. 그러나 이후 기술 자립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면서 자국 칩 개발이 급속히 가속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은 이미 2015년 '중국제조 2025'에서 반도체를 10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자급률 70%를 목표로 세웠다.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정부 투자가 지속 확대되며 전체 산업 성장세는 크게 강화됐다. 국가 반도체 펀드 규모는 2014년 27조원에서 2019년 40조원, 올해 66조원까지 늘었다.
중국 기술 수준을 끌어올린 대표 사례로는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 910C'가 꼽힌다. 7㎚ 공정을 적용했고 특정 기능에서는 엔비디아 H200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양산을 시작해 바이두·바이트댄스·차이나모델 등 중국 주요 AI 기업뿐 아니라 딥시크의 R1 모델에도 적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이 아닌 맞춤형 구조로 효율성과 저전력을 앞세운 점도 특징이다.
화웨이가 자체 칩을 안정적으로 양산해 주요 기업에 공급한 것은 미국 제재 이후에도 고성능 AI 칩 분야에서 중국이 독자적인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칩 독립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자체 설계한 칩으로 AI 모델 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74조원을 투자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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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홍콩 밍바오는 중국 당국이 자국 내 첨단 AI 칩 기술 자립을 목적으로 H200 칩의 수출이 허용되더라도 구매를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구매 신청서를 제출토록 하고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H200을 살 수 있도록 제한하는 한편, H200 이상 수준인 블랙웰과 같은 첨단 AI 칩 개발을 독려할 것으로 이 신문은 내다봤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엔비디아 H200 수출허용 발표에도 구매와 관련한 방침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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