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직장인 박윤배(38)씨는 지난달 시세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구입했다. 등기부등본에 근저당과 가처분이 많이 설정돼 있는 등 복잡한 권리관계가 있는 집이라 꺼림칙했지만 그 때문에 '급매' 수준으로 가격이 낮다는 공인중개사의 설득에 매매를 결심했다.작은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이 아파트 소유자는 사업이 어려워져 대출 이자를 연체했고, 은행 근저당이 설정돼 있던 아파트가 경매에 들어갈 위험에 처하자 급하게 처분한 것이다. 지난달 법원 부동산 경매시장의 진행물건 숫자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경매가 진행되기 전에 매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이 늘거나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이라도 채권자와 협의해 경매를 취하시키거나 변경해 일반매매로 거래하는 사례가 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10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1월 법원경매 진행물건은 1만3918건을 기록했다. 이 업체가 경매통계를 작성한 2001년 이후 월간 최저치다. 2001년 이후 월 평균 경매진행 건수가 2만4074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평균의 58% 수준으로 물건이 줄어든 것이다. 물건의 감소는 자연스럽게 낙찰 건수 감소로 이어져 지난달 낙찰 건수(5051건)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연간으로도 지난해 20만1515건이 진행물건 목록에 이름을 올려 2001년 이후 연간 평균인 30만696건을 큰 폭으로 하회했다.연간 경매 진행물건은 2007년 27만7822건에서, 2010년 25만812건, 2013년 22만9236건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진행물건은 20만건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전세난과 저금리 영향으로 보고 있다. 몇 년째 전셋값이 고공행진하면서 박씨의 경우처럼 경매시장으로 유입될 만한 부동산을 골라 사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매니저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세난, 대구ㆍ경북과 제주 등 지방 특정 지역의 부동산 열풍 등으로 부동산 물건이 경매시장으로 유입되기 전 일반시장에서 소진되면서 경매물건이 줄어들고 있다"며 "싸게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와 저금리 기조에서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에 몰리면서 기존 매물들의 소진도 빨라져 전체 매물 건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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