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구제금융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그리스와 서방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긴밀해진 관계가 유럽연합(EU)의 거대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빚더미에 앉아 있는 그리스에 금융적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아직 그리스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은 바 없지만, 만약 요청한다면 양국이 협력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그리스의 양국 관계 등을 반영해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독일과 프랑스가 구제금융 재협상에 완강한 반대 의사를 드러내는 등 공약 추진에 난항이 예상되는 그리스로서는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그리스는 재정긴축 폐지와 부채 탕감 등을 주장하는 급진좌파 시리자 집권 이후 국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잇따라 신용등급 강등 경고를 받는 등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이날 그리스의 'B' 신용등급에 대해 "채무재조정 문제를 두고 그리스 새 정부와 채권단의 협상에 진전이 없거나 결렬될 것으로 보이면 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의 그리스 다음 신용등급 조정일은 5월15일이다. 전날 또 다른 신평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같은 이유로 그리스의 'B'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해 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CNBC는 실루아노프 러시아 장관의 그리스 지원 시사 발언이 그리스 정부가 EU의 대(對) 러시아 제재 확대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라는데 주목했다. 이날 브뤼셀에서 EU 외무장관들이 모여 3월 만료되는 러시아 제재를 6개월 더 연장하고 제재 대상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했지만 그리스의 반대 등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에 실패했다. EU는 다음달 9일 추가 제재 대상자를 확정하고 12일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기업들의 차환자금 조달을 제한하는 등의 추가 경제 제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리스와 러시아는 전통 우방 관계지만 현재 양국의 공통된 특징은 EU과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리자가 집권한 그리스는 긴축 반대를 주장하며 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와 구제금융 재협상 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EU와의 관계가 냉전체제 종식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리스와 러시아의 공조는 지난 25일 치러진 그리스 총선 이후 그 낌새가 나타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총선에서 승리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새 총리에게 "양국이 힘을 잘 모으면 직면한 유럽·글로벌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치프라스 총리는 당선 직후 처음 만난 외교관으로 러시아 대사를 택했다. 전문가들도 그리스와 러시아의 관계가 앞으로 더 가까워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맨체스터대학의 디미트리스 파파디미트리어스 정치학 교수는 "시리자는 그동안 푸틴 대통령을 지지해온 정당"이라면서 "그리스 총선 이후 양국의 관계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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