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하는 지지층, 위기의 대통령…지지율 20%대 추락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서 신임 특보 및 수석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청와대)

국정지지도 20%대로 추락…역대 정부 최저수준인적쇄신·증세논란 국민 뜻 핵심 꿰뚫지 못한 탓[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했다. 2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9.7%로 전날 30.1%보다 0.4%P 하락했다. 51.6% 득표로 당선된 '최초의 과반 대통령'은 2년 만에 자신의 지지자 10명 중 4명을 잃은 셈이다.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 원활한 국정수행이 어려워진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역대 대통령의 집권 3년차 초반 지지율과 비교해도 최악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 후반대였지만 당시 그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3분기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 최근 들어 급락하는 모습이다. 원인은 명확해 보이지만 그것이 해결가능한 일들인지는 불분명하다. 집권 3년차 징크스 정도의 일시적 현상인지 혹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인지, 첫 여성대통령은 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갈림길에 위태롭게 서있다.

청와대는 지난 2년 간 지지율 등락 때마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보여왔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에 대한 믿음이다. 그러나 현재 청와대에서 지지율이란 단어는 일종의 금기어처럼 느껴진다. 민경욱 대변인은 28일 지지율 20%대 진입에 대한 의견을 묻자 "논평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역대 어떤 대통령도 3년차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좌초, 고 노 전 대통령은 4ㆍ30 재보선 '전패'와 당내 계파갈등에 고전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에 발목을 잡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삼풍백화점 붕괴와 차남 김현철씨 국정개입 사건이 발생했고, 이런 위기의 끝에는 레임덕의 시작이 있었다. 박 대통령도 크게 다를 게 없는 입장이다. 대형사고는 오히려 1년 먼저 터졌다. 대통령 취임 14개월 만에 발생한 세월호참사는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는 국정운영 능력, 민심을 읽는 공감능력이 어떤 수준의 것인지 민낯으로 보여줬다. 비선실세 논란뿐 아니라 최근의 조세저항도 그 연장선에 있다. 여당 내 계파갈등과 당청관계의 불협화음도 역대 정권과 빼닮았다. 박 대통령은 크게 두 줄기에서 위기상황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초부터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했고 외부적으로는 소통강화를 추진했다. 신년 기자회견과 청와대 내부회의방식에 변화를 준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청와대는 다소 거칠더라도 '솔직함'이 묻어나는 기자회견을 위해 '각본'을 요구하지 않았고 박 대통령은 회의장소를 직원 건물로 옮겨 취임 2년 만에 비서들과 '티타임'을 했다.일련의 노력이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국민이 박 대통령의 '원칙'을 '고집'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귀담아 듣느냐라는 측면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권력 3인방을 교체하지 않은 것은 최악의 패착이란 분석이다. 김 실장이 청와대ㆍ내각 개편이 끝난 뒤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현실화 된다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자신의 구상을 묻는 국민에게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음으로써 '민심을 거스른다'는 불필요한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세금폭탄 등에서 나타난 불공평ㆍ불투명 조세정책은 국민적 분노의 촉매제가 됐다. 부자보다는 서민, 고소득 자영업자보다는 샐러리맨을 쥐어짠다는 국민적 반감이 비등한 가운데, 정부와 청와대는 여전히 '증세가 아니다'는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지지율 급락의 근본 원인은 바로 '재벌감세 서민증세' 기조 한 가지"라며 "이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은 채 지방재정에도 부담을 주면 국민의 분노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박 대통령이 쥐고 있는 카드는 김 실장 사퇴와 소폭 개각 정도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승부수'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세월호참사가 터지고 국민과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사과하지 않는다'며 압박했고, 버티던 박 대통령은 '눈물과 사과' 두 가지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그러나 대국민담화 후 여론은 더 나빠졌다.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퇴진시키고 내각과 청와대를 개편한다해도 국민이 요구하는 내용의 핵심을 관통하지 못한다면 같은 상황에 다시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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