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여건 칼질…소급 적용까지 흔들리는 '세법'

-국회, 매년 연말 예산안 처리와 함께 200여건 세법 심의-더군다나 여야 굵직한 세법 빅딜로 일부 법안 심의 시간 길지 않아-잦은 세법 개정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 법 안정성 훼손 -여기에 이번 연말정산 보완 대책으로 재수정에 소급 적용까지 들어가-전체적인 세금 제도 흔들릴 가능성 커져[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당정이 일 년 만에 법 개정을 뒤집은 데다 소급적용이라는 초유의 입법 대책까지 강구하고 나서면서 세법이 '누더기'가 되고 있다. 현재에도 연말마다 200여건의 세법을 고치면서 법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는데, 조세저항에 따라 일부만 재수정에 들어가면서 세금 제도 근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당정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2013년도 세법개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오는 4월 국회에서 소득세법 재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법 개정에 따라 환급금이 발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르면 5월쯤 소급 적용을 실시한다. 세액공제율 조정과 소급 적용은 모두 법을 뜯어 고쳐야 한다. 당정이 다자녀·출생·연금보험료 등의 항목에 대해 세액공제를 확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국회에서는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관련 내용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소급 적용도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소급 적용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항목에 대한 법 시행 날짜를 고쳐야 한다. 여야는 자녀세액공제·출생·입양 공제와 연금보험료·독신 근로자 등에 대한 공제 부분을 개정하고 각 항목 마다 소급 적용이 가능하게 시행날짜를 조정하는 조항을 법에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 조세 저항에 따라 황급히 법의 일부만 뜯어 고치는 이번 대책은 세금 제도의 안정성 훼손을 더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는 매년 연말마다 예산안을 처리하며 200여건의 세법을 고치고 있다. 이번 연말정산에서 문제가 됐던 2013년도 세법 개정안 심의 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147건의 세법을 심사했으며, 지난해에도 232건의 법안이 수정되거나 개정 절차를 밟았다. 더군다나 세법 개정은 매년 여야 협상과 맞물려 굵직한 세법 간의 빅딜이 이뤄지면서 다른 법안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국회를 통과하는 경우도 많다. 짧은 시간 내에 200여건의 세법을 개별적으로 협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연말 정산으로 문제가 됐던 소득 공제 세액 공제 전환은 2013년 세법 개정안 심의 당시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하향 조정하는 것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를 빅딜과 함께 논의됐었다. 세액 공제 전환을 반대했던 야당은 그 대신 최고세율 과표구간 조정을 얻어내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15%)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을 관철시켰다. 국회선진화법의 첫 시행인 2014년 세법개정안 심의 상황은 더 열악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세법들이 그대로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수백 건의 세법들은 제대로 상임위에서 논의되지도 못한 채 여야 지도부의 큰 틀의 합의 속에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졸속 심사가 우려되는 상황에 조세소위의 세법 심의권까지 무너진 것이다. 강석훈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은 "매년 이렇게 수백 개의 세법을 고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책처럼 조세 저항에 따라 일부만 따로 '조각 개정'이 이뤄지면 세금 제도 전체는 흔들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 당장 소급 적용에 따라 세수에 구멍이 나면서 다른 세금 제도까지 영향을 미칠 여지가 높아졌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올해 새로 도입된 자녀장려세제(CTC)와 자영업자 등으로 지급 범위가 확대된 근로장려세제(EITC)다. 정부는 이번에 논란이 됐던 세액 공제 전환 방식으로 확보되는 세수 9300억원을 두 제도에 투입할 예정이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예상했던 세수추계에 큰 변화가 없다면 EITC, CTC도 변화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에 따르면 이번 소급 적용으로 줄어들 세수는 4000억~5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누더기 세법 우려가 일자 보완 대책을 추진한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흘러나오고 있다. 주 정책위의장은 소급 적용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의견에 "그런 부분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정책위 한 의원은 "어쩔 수 없어서 소급 적용 등 보완 대책을 내놨지만 조세 정책 큰 방향에서 봤을 때는 옳지 않다"고 전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급 적용이 위헌은 아니지만 조세법률주의의 안정성을 크게 해칠 수가 있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 당연히 세수 추계를 다시 해야 하고, 예상되는 적자폭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