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법원은 기업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 소송…노조 일부 승소라지만 사실 내용 뜯어보면 완패노조 주장은 일부 받아들여…향후 갈등 불씨 남아[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법원이 16일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그간 노조가 주장했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사실상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일부 직군에 한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판결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항소검토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한숨 돌렸지만 당장 올해 임단협에서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이날 법원의 판단은 고정성 여부에서 갈렸다. 앞서 현대차 노조원 23명은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 중 일할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현대차는 1999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현대차서비스와 통합했는데 현대차와 현대정공의 상여금 시행세칙에는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 제외' 규정이 있지만 현대차서비스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다르게 봐야한다고 판단했다.노조측에서 소송을 제기한 23명 가운데 실제 통상임금을 인정받은 사람은 2명이며 각각 389만원, 22만원 정도다. 대표 소송에 나선 23명 가운데 옛 현대차서비스 노조원 대표 5명 중 2명에 대한 통상임금만 인정받았다. 현대차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통상임금을 둘러싸고 노사간 입장차가 극명히 나뉘는 건 상여금 포함여부에 따라 통상임금이 바뀌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등 각종 수당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된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적으로 지급했는지(정기성), 일정요건을 갖추면 지급했는지(일률성), 지급대상ㆍ액수를 사전에 제시해 재직여부에 관계없이 지급했는지(고정성) 등을 충족하면 통상임금이라고 봤다.노조는 그간 퇴직자에게 상여금을 일할 계산해 지급한다는 규정도 있는 만큼 고정성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퇴직자에게 일할 지급하는 임금성격이 분명한 상여금을 15일 미만 근무한 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임금을 체불한 것이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이번 판결은 르노삼성 이후로 통상임금 관련 문제의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잠재우는 계기가 됐다"면서 "다만 우려되는 건 같은 사업장인데 현대차 노조 가운데 일부인 옛 현대차서비스 소속이었던 조합원만 인정된 사실"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이는 오히려 노노갈등을 일으켜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으며 진정되는 과정에서 혼란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가 내려졌지만 이후에도 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대법원 취지와 다른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패소한 쪽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하는 일이 늘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의 경우 지난해 임단협에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여부를 법원판단에 따르기로 했지만 사측은 패소한 후 항소했다.통상임금 소송이 대부분 하급심 판결로 끝나지 않고 3심까지 올라가는 추세라 현장 혼란이 더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취지와 다른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하급심에서 패소한 쪽에서 불복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법원 판단에 따르기로 했지만, 사측이 패소한 후 "대법원 판결과 다르다"며 항소하면서 갈등만 깊어졌다.한국경영법률학회에 따르면 대법원이 제시한 통상임금 판례가 노동현장에 일제히 적용될 경우 국내 경제가 부담해야할 총 비용은 16조7372억~38조5509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근로자 한명당 직ㆍ간접 노동비용이 0.8~1.3% 정도 늘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한편, 이후 '임금상승→생산자물가 상승→수출상대가격 변화' 등으로 연쇄효과로 수출이 최대 75억달러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학회 측은 내다봤다. 비용부담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고 노사간 소송 등 사회적 갈등비용이 늘어나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이다.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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