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기업인 가석방에 침묵하는 재계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문제는 눈치만 보는 위축된 분위기입니다." 지난 5일 코엑스에서 열렸던 '201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만난 한 재계 인사의 말이다.이날 행사는 1500여명의 정ㆍ관ㆍ재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경제계 최대 규모로 열렸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 여야 대표가 모두 참석한 것이 처음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이날의 화두는 '경제 활성화'.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은 모두 한국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다짐하며 경제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하지만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기업인 사면에 대해 언급한 이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유일했다. 그나마 행사가 끝난 후 돌아가는 길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되자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기업인을 사면하는 것이 좋겠다"며 나왔던 발언이다. 실제 이날 참석자들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기업인 사면ㆍ가석방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다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말을 아꼈다.경제계에서 가장 먼저 최태원 SK 회장의 선처를 호소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가석방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흔들며 "없었다"고만 짧게 답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최 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한 질문에 "지금 제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 안에 대통령이 계신데…"라며 말끝을 흐렸다.경제 살리기를 위해 기업인 가석방이 필요하다고 이미 언급했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정ㆍ관계 인사들도 이날은 답답한 침묵만을 이어갔다.기자가 만난 재계 인사는 "반(反)재벌 정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말을 꺼내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는 점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정부의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면서도 "문제는 이처럼 위축된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기업인들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재차 당부했다. 대통령의 당부에 참석한 기업인들도 박수로 화답하며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투자를 활성화하기 바란다면 적어도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진 않을까? 물론, 최태원 회장이나 이재현 회장이 풀려난다고 하루아침에 우리나라 경제의 재도약이 이뤄질 것이란 환상을 갖고 있진 않지만 말이다.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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