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과학후진국에서 유망기술 선도국으로

60년대 법적형태 갖춘 연구기관 설립, 80년대 반도체·정보기술 분야 성과,선진국과 기술격차 줄여

대한민국, 달 착륙에 성공했습니다!..2020년

▲2017년 한국형발사체가 시험비행에 나서고 2020년 달탐사선이 달에 간다.[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어두웠다. 척박했다. 아무 것도 없었다.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었다. 외로웠다. 외국 기술에 의존했다. 국가중심의 과학정책으로 일관했다. 우리나라 과학의 시작은 기초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광복 70년. 지금은 민간중심으로 옮겨왔다.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선박제조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뇌, 나노, 의학, 우주 과학에서도 빠르게 선진 기술에 다가서고 있다.  광복 70년 동안 우리나라 과학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했다. 먹고 살기 위한 '과학'에서 2000년대 들어 리더십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앞으로 30년이 중요하다. 세신우세신(世新又世新)이 필요한 시점이다.  갈 길은 멀다. 잦은 과학 전담 정부조직개편으로 자칫 길을 잃는 것은 아닌지. 과학 리더십 단계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기초연구사업을 비롯해 장기·안정적 연구가 가능하도록 후속지원과 사업연계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래 산업에 필요한 원천기술과 과학기술·ICT를 기반으로 기존 산업 전반의 혁신을 유도할 방침이다.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1950년대 원자력연구소.

◆"아! 아무 것도 없었다"=1950년대 우리나라 과학을 말해주는 단어다. 해방 이후 홀로 섰다. 1946년 연구기관은 중앙공업연구소, 국립지질광물조사소, 중앙농업시험장, 중앙관상대, 국방부 과학연구소 등이 전부였다. 1956년 원자력연구소 설립은 전환점이었다. 그해 미네소타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으로 사람을 보냈다. 59년에 유학생들이 하나, 둘 귀국했고 1963년 유학생 수는 189명에 이르렀다. 교육 체계도 없었다. 52년 국립경북대학교 등 지방 국립대학이 하나씩 문을 열면서 교육 시스템이 갖춰졌다. 1960년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66년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출범됐다.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설립됐다. 자율적 운영을 위해 재단법인의 법적 형태를 갖춘 최초의 연구기관이었다. 같은 해 9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엽합회가 닻을 올렸다. 67년 1월 과학기술 진흥에 대한 최초의 종합 법률인 '과학기술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근거로 67년 4월 마침내 과학기술처가 탄생했다. 과학기술처가 출범하고 기관과 제도의 기초가 마련되면서 60년대는 '과학기술 붐'이 일어난 해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사진제공=KIST]

◆"대덕연구단지 시대"=오일쇼크가 1970년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구조 개편이 앞 다퉈 진행됐다. 73년 대덕연구단지 건설계획이 수립됐다. 대덕연구단지 조성은 수도권 밖에 연구 교육단지를 만들어 연구기관과 교육기관의 연계, 인적 교류를 위한 목적이었다. 76년 9월 한국표준연구소가 첫 입주한 뒤 70년대 말까지 한국화학연구소, 한국선박연구소 등 5개 정부출연연구소가 자리를 잡았다. 럭키중앙연구소 등 3개 민간연구소, 충남대학교가 입주해 공조체계를 갖췄다. 미국 국제개발처의 지원으로 정근모 박사(당시 미국 뉴욕공대 전기물리학부)가 중심이 된 과학기술 분야 대학원 한국과학원이 71년 2월 문을 열었다. 정부는 과학기술 최고 정책조정기구인 종합과학기술심의회의를 설치했다.  

▲1984년 당시 대덕연구단지.

◆"인재를 키우자"=사람이 중요했다. 인재가 필요했다. 8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첨단기술이 부상하던 시기였다. 반도체와 컴퓨터를 비롯해 정보 기술, 신소재 개발, 난치병 치료와 신품종 개발 등에 대한 거대 흐름이 형성됐다. 역시 인재였다. 1980년대는 과학 고등학교, 한국과학기술대학, 한국과학기술원으로 이어지는 과학 인재에 대한 양성체계가 갖춰졌다. 기술적 성과도 있었다. TDX(전전자교환기)개발은 쾌거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내에 TDX 개발단이 조직됐고 81년 TDX-1을 비롯해 88년 TDX-1A가 잇따라 나왔다. 남극세종과학기지 건설은 지구촌 문제, 거대과학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88년 2월17일 남극세종과학기지가 준공됐다.  90년대는 과학계에 큰 변화가 불어 닥친다. 과학관련 정부조직이 다변화되던 시기였다. 세계는 정보지식 산업으로 탈바꿈한다. 국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바뀌었다. 81년 46개에 불과했던 기업부설연구소는 91년 1000개, 95년 2000개, 99년 4800개로 급증했다. 연구개발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민간 연구개발투자는 91년부터 97년까지 연 평균 26.3% 증가했다. 우주기술에 대한 첫 발걸음도 내디뎠다. 92년 실험용 소형과학위성 우리별 1호가 시작이었다. 95년과 96년 무궁화 1,2호기를 각각 발사했다. 과학기술관련 부처의 다변화가 큰 흐름이었다. 94년 정보통신부, 통상자원부가 출범하면서 정보통신과 에너지 자원부문이 이관됐다. 환경처와 해양수산부가 조직됐고 환경과 해양과학이 넘어갔다. 국민의 정부는 98년 우여곡절 끝에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승격했다. 99년 1월 과학기술정책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발족했다. 기슬개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94년 256M DRAM 시제품이 개발됐고 초대형 TFT-LCD에 대한 기술도 앞서 나갔다. CDMA 이동통신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가장 큰 성과였다 세계 최초로 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2020년에 우리나라도 달 탐사선을 보낸다. [사진제공=항우연]

◆"미래유망 기술에 투자하라"=광복 70년. 우리나라 과학은 험하고 거친 길을 걸어왔다. 이젠 글로벌 리더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 기술(NT) 등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미래유망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투자는 2003년 1조6782억원으로 연구개발예산의 30.1%를 차지했다. 2005년에는 2조7646억원으로 41.1%를 증가했다. 참여정부는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았다. 청와대에 과학기술중심사회 추진단을 만들고 참모진에 과학기술정책보좌관을 신설했다. 과학기술부총리제를 도입하고 과학기술부 내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양자정보통신, 광소자 부품 등 미래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며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3D 프린팅 등 차세대 디바이스는 물론 빅데이터 처리 플랫폼과 대용량 클라우드 저장기술 등 SW 핵심기술의 연구개발도 중점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과학은 전지구촌을 대상으로 하는 거대과학이 주된 흐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을 넘어 지구촌 문제를 해결하는 이슈로 나아갈 것이란 분석이다. 최문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미래예측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선박제조 등의 분야에서 세계 3위권 안에 드는 등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30년 이후에 대해 최 본부장은 "의식주 전반에 영향을 끼칠 사물인터넷,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기술, 신재생 에너지, 로봇기술과 인공지능 등의 분야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박사는 "미래 30년은 도전형 과제, 지구형 문제 해결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리더십 시대에 진입하고 우리나라가 그런 리더십을 이끌기 위해서는 거대 담론의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우리나라는 한국형발사체를 시험 발사하고 2020년에 달 탐사선을 띄울 예정에 있다. 우주과학 분야도 세계적 흐름에 올라서고 있다. 광복이후 70년 동안 우리나라 과학은 비약적 발전을 이뤄냈다. 그 희생과 발전을 디딤돌 삼아 '글로벌 리더십' 단계로 접어드는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난관을 극복해 온 70년의 저력이 앞으로 30년을 뛰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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