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원 조양현 교수'정부 내년 한일정상회담 없는 정상화 방안 검토해야'

외교원 보고서 '일본 중의원 선거와 한·일 관계'기고문서 주장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정부는 내년에 한일 정상회담 없는 관계 정상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 산하 전문 연구기관에서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조양현 아태연구부 교수는 18일자 외교원 보고서에 기고한 '일본 중의원 선거와 한일관계'라는 글에서 이같은 방안을 제시했다.조교수는 14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아베 내각이 퇴행적 역사인식과 독도 영유권 주장에 집착할 경우, 한· 일 관계는 갈등이 재연되고 한?일 관악화는 양국관계는 물론, 우리의 통일외교와 다자외교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해 우리 외교의 전략 공간을 제약할 소지가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14일에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012년 이후 세 차례의 국정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해 최장 4년간의 정권 연장에 성공했다.
그 결과 의회의 의석 분포는 이전과 큰 변화가 없지만(총 의석수가 5석 감소한 475석에서, 연립여당은 자민당 291석, 공명당 35석으로 종전과 같은 326석을 획득한 반면, 야당은 149석으로 5석 감소), 여당은 국회운영을 주도할 수 있는 절대안정다수를 유지하면서 '자민당 1강 체제'를 굳건히 했다.조 교수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압승 배경으로여당의 선거 쟁점 선점과 야당의 무능으로 요약했다. 여당은 지난 2년의 정권 운영의 실적을 과거 민주당 정권의 실정과 대비시키면서, 현 상황에서 '아베노믹스 노선 외에 대안이 없음을 집중 홍보했다.반면, 야당은 갑자기 시작된 총선에서 효과적인 정책 대안의 제시나 야당 간 선거협조에 실패한 채, 분열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조 교수는 평가했다.조 교수는 "52%라는 저조한 투표율에서 알 수 있듯이, 여당의 승리는 아베 내각의 정책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의미한다기보다는 야당에 대한 불신과 대안 부재의 결과였다"고 분석했다.아베 총리는 지난 4월의 소비세 인상 이후 경기 감속의 장기화 조짐, 9월의 내각 개조 이후 정치자금 관련 각료스캔들 발생, 특정비밀보호법 시행, 2015년에 예정된 동시지방선거와 방위안보 관련 법제화 등의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향후의 지지율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 내각 해산을 단행한 것으로 조 교수는 분석했다.이제 남아 있는 중요한 쟁점은 제3차 아베 내각의 정책방향이다. 아베 정권의 순항 여부는 '아베노믹스'라는 경제 활성화 정책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조 교수는 전망했다.지난 2년간 추진된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대해 찬반이 갈린 상황에서(아사히 신문 1월 조사에서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대답은39%, 성공이라는 대답은 30%), 경기의 선순환기조가 조기에 가시화되지 못할 경우 아베 내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따라서 제3차 아베 내각에서도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적극적인 금융·재정정책과 성장전략의 확충이 될 것으로 조 교수는 내다봤다.아베 내각은 소자·고령화(少子·高齡化: 저출산·고령화) 대책, 여성 인력의 활용, 법인세 완화, 지방 활성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 그리고 전력시장(원전 재가동), 농업부문, 건강보험제도의 개선등을 제시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경제 재생과 재정 재건의 양립, 육아, 의료 등 사회보장정책의 재원 확보, 그리고 과도한 엔저 현상 등국제환경의 안정관리, 반대세력의 저항 극복 등의 난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 교수는 또 아베 총리가 지향하는 '강한 일본 만들기'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방위력 정비, 집단적 자위권 관련 법제화, 미·일방위협력지침(이른바 ‘가이드라인’) 개정, 영토주권과 애국심교육 강화 등 '보통국가'를 향한 제도화 작업이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아베가 2015년가을에 자민당 총재로 재선돼 이듬해 여름의참의원 선거를 전후해 3분의 2의 의석을 결집한다면, 개헌 발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조 교수는 내다봤다.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출범 이후 옛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채, 양국 간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는 불편한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내년 양국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적극적인 관계개선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양자 정상회담은 꺼리지만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한 정상회담을 바라고 있다.조 교수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2015년에 한·일 관계는 위기 요인과 기회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아베 내각이 퇴행적 역사인식과 독도 영유권 주장에 집착할 경우, 한· 일 관계는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했다.한?일 관악화는 양국관계는 물론, 우리의 통일외교와 다자외교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해 우리 외교의 전략 공간을 제약할 소지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아베 내각의 역사수정주의 성향과 이번 선거에서 여당의 압승을 감안한다면, 2015년에도 위안부 화해 및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그는 내다봤다.이에 따라 조 교수는 "우리로서는 '정상회담 없는 정상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지난 2년간 열리지 못한 한?중?일 정상회의가 성사된다면, 과거사 관련 우리의 정책 일관성은 유지하면서 한?일 정상 간에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는 적극적인 의미 부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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