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세미나]'뻔한 드라마·돈만 쫓는 K팝?'…세계로 번진 한국문화 뜯어보기

오늘 경희대서 본사 후원 토론회…경제·정책적 진단과는 차별적…단일 콘텐츠로의 의미, 해외 구체적 수용사례 연구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2012년 해외 9개국(중국 일본 대만 태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 영국 러시아) 15~59세 남녀 3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류 및 한국 이미지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류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미 식었다' '1~2년 이내 끝난다'를 포함해 '4년 안에 끝난다'고 답한 사람이 평균 60%에 이르렀다. 국가별로는 일본 88%, 대만 77%, 중국 73%, 프랑스 64% 등으로 현재 한류 열기가 높은 지역에서 오히려 한류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더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한류가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로는 '콘텐츠가 획일적이어서 식상하다'를 꼽은 사람들이 20.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나치게 상업적이다'(17.6%), '너무 한국적이어서 공감하기 어렵다'(15.4%) 순이었다. 케이팝의 경우 댄스곡이나 섹시 코드를 앞세운 아이돌 그룹 간의 콘텐츠의 차별성이 거의 없는 데다 공연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티켓 요금 등 상업주의 행태가 문제로 지적된다. 드라마의 경우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복수 등 비슷한 소재가 반복돼 식상함을 느끼게 만든다며 새로운 스토리의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한류의 위기와 변화 흐름을 관련 학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전망한다.   이기형 경희대 교수는 '한류의 변화하는 정세와 담론들을 진단하기-메타비평과 진단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를 통해 복합적인 변화상을 보이는 한류현상을 둘러싸고 그동안 어떤 논리와 입장들이 충돌을 빚어왔는지 조명한다. 한류와 관련된 학술적인 분석이 매우 많이 있었지만 이미 생산된 논점을 상호 비교하며 성찰적으로 진단하는 작업은 아직까지 별로 없었다고 이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이번 세미나에서는 그동안 한류와 관련해 학자들이 수행한 분석과 진단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조명하는 '메타비평(비평을 비평하는 작업)'의 양식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김수정 충남대 교수와 김수아 서울대 교수는 'K-pop 혼종 문화 풀어내기'라는 주제를 선보인다. 대중적으로 케이팝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논의가 활발해진 상황이지만, 미디어 문화적 차원의 연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이들 교수는 진단한다. 두 사람은 "10여년간 526건이나 생산된 한류 관련 연구들은 대체로 경제적·정책적 접근에 머물러, 관광학·경영학 등 학문적 특성에 따른 경제적 효과 분석이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며 "케이팝 텍스트가 지닌 '혼종성(여러 문화적 맥락과 특징이 혼합된 성질)'이나, 이것이 수용자와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과연 케이팝에 한국적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그것을 파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국내에서 제작돼 세계적으로 유통되지만 일차적으로는 국내 수용층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되는 케이팝 텍스트의 생산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김수철 한양대 교수는 '강남스타일 이후의 케이팝 동향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성공 이후 케이팝 씬(scene)에서의 최신 동향을 살펴본다. '음악에서의 씬(music scene)'이란 특정 스타일의 음악이 향유되는 하나의 거리나 구역, 좀 더 넓게는 도시를 지칭한다. 한 장소에서 특정 스타일의 음악이 시작돼 발전돼온 경우 이 용어가 사용되는데, 미국 시카고의 블루스, 뉴올리언스의 재즈, 한국 홍대 앞의 인디뮤직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케이팝 씬은 여러 면에서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며 "케이팝 씬은 이미 서울, 한국의 테두리를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 "제작 환경(전문화된 서비스, 설비, 인력), 유통(온라인 음원서비스), 정부의 역할의 측면에서도 케이팝은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서는 성격을 지닌다"며 "일례로 '유튜브'를 매개로 케이팝 팬층이 확산되는 속도는 이러한 복합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강남스타일의 성공 이후 케이팝 씬에서의 변화와 최신 동향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또 최근 몇 년간 한국 인디밴드들의 해외 공연을 가능케 한 해외 대중음악 시장의 변화는 어떠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지, '강남스타일' 이후 이들 인디밴드를 중심으로 한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 진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논의한다.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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