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빅시리즈 #10. 호텔보다 게스트하우스
美사이트 부킹닷컴 통해 숙소 예약국경절엔 현지인 안내데스크까지마포구만 올해 74곳 새로 생겨나
20일 서울 명동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이른바 게스트하우스는 도시지역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이용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가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숙식 등을 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 이들 업체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에 비해 부족한 숙박시설을 대체하고 그들에게 한국의 가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개별 관광을 즐기는 요우커들이 늘어나면서 서울 시내에 게스트하우스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민박업체들은 면적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어 비슷한 규모의 중소형 호텔들과의 갈등도 예고되고 있다. ◆개별 여행객 증가에 따라 게스트하우스 급증=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차우룽(31ㆍ車五龍)씨는 중국 산둥성(山東省)에서 두 여동생과 함께 한국에 왔다. 4년 전 유학 당시 부모님과 함께 단체 관광을 한 이후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2006년 한국에 처음 온 차씨는 2010년까지 경기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한국드라마 광팬인 막내 여동생의 성화에 못 이겨 차씨는 중국에 돌아온 지 4년 만에 한국을 재방문했다. 여느 빠링허우(80后) 세대와는 달리 형제가 있는 차씨는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한국어와 서울 지리에 자신감이 붙어 이번 가족여행에는 여행사 도움 없이 직접 숙소도 예약하고 여행 일정도 짰다.차씨는 한국여행이 결정되자마자 부킹닷컴 사이트부터 들어갔다. 부킹닷컴은 예약수수료 없이 모든 타입의 숙소를 예약할 수 있는 미국 사이트. 차씨는 이 사이트를 통해 서울 남산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방 두 개를 각각 5만원에 예약했다. 게스트하우스 이용금액은 성수기 7만~8만원, 비수기 5만~6만원이었다. 단 중개 사이트를 통해 예약했을 시 약10%의 수수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차씨는 "사이트를 통하지 않고 직접 예약하면 4만원에도 방을 빌릴 수 있다"며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인접해 있고 가격도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차씨처럼 중국인 개별 관광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서울 시내 게스트하우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외국인 대상 도시민박업체 등록 수는 10월 말 기준으로 553개다. 지난 5월(473개)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80개나 늘었다. 지역별로는 마포구가 154개로 가장 많고 중구(58개), 종로ㆍ용산구(각 34개), 강남구(31개) 순이다.마포구의 경우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 제정된 2012년부터 게스트하우스 신축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포구로부터 제공받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 등록 현황'에 따르면 2012년 55건, 2013년 45건, 올해는 현재까지 74건이 신규 등록했다. 시류에 편승해 게스트하우스를 덜컥 개업했다가 폐업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마포구만 해도 2012년부터 현재까지 20곳의 게스트하우스가 간판을 내렸다. 서울 전체적으로는 94개가 폐업했다.특히 마포구 일대에 게스트하우스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공항철도를 타고 중국인 개별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그 수요를 읽고 개업하는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도시민박 이용률은 17.7%로 처음으로 특급호텔(13.3%)을 넘어 관광호텔(21.0%) 수준까지 육박했다. ◆숙박비 아껴가며 쇼핑에 집중하는 요우커= 개별 관광객들은 숙박비를 적게 쓰는 대신 쇼핑에 할애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관련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국인 관광객의 지출 규모는 쇼핑비(21.9%) 식음료비(14.7%) 교통비(24.3%) 등은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으나 숙박비는 2.7% 느는 데 그쳤다.지난달 31일 경복궁에서 만난 27세의 홍콩 관광객 A씨도 부모님, 여동생과 함께 4박5일 동안 답십리에 있는 T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다. 2인 기준 숙박비는 하루 약 4만8000원. 평균 10만원(2인 기준)에 육박하는 호텔 숙박비와 비교하면 절반가량 저렴하다. 그는 "숙소에서는 잠만 자고 나오기 때문에 숙박비에 지불하는 돈을 아끼고 차라리 그 돈으로 쇼핑 등에 보태는 것이 낫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지금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서비스나 시설에 모두 만족한다"고 말했다.칭다오(靑島)에서 왔다는 중국인 관광객 B(35ㆍ여)씨 역시 '숙박비는 아끼되 쇼핑 등 여타 비용은 아낌없이 쓰자'는 주의였다. 지난달 28일 한국에 도착한 그는 명동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네덜란드에서 유학했다는 그는 세 살 아래 사촌동생과 한국을 첫 방문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주일간 한국에 머무는 동안 숙박비는 하루 7만원씩 총 42만원을 썼다. 하지만 방한 사흘째에 만난 두 여성은 이미 쇼핑에만 1인당 180만원을 넘게 썼다고 했다. B씨는 "오늘이 본 일정 둘째 날인데 설화수, 마스크팩 등 화장품과 액세서리를 왕창 샀다"며 "아직 일정이 더 남았으니 돈을 더 쓸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홍대입구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K게스트하우스는 전체 숙박객 중 중국인 관광객 비율이 50% 이상이다. 숙박객은 20~30대 여성이 주를 이루는데 이들도 숙박비가 싼 방에 머물면서 쇼핑에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이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이번 달만 해도 중국 손님이 제일 많았다"면서 "가장 싼 방인 8인실(하루 1만원)에 머물면서 쇼핑은 100만원씩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귀띔했다.중국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중국어가 능통한 인력을 안내 데스크에 배치하는 게스트하우스들도 늘어나고 있다. B게스트하우스는 중국 국경절 연휴기간이 끼어 있는 10월 한 달 동안 중국인 여성을 안내데스크에 뒀다. 산둥성에서 온 중국인 웨이(21ㆍ여)씨는 원래 B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손님이었다. 한국에 세 번이나 올 만큼 한국드라마와 K팝 팬이라서 한국어도 곧잘 한다. B게스트하우스는 숙박을 제공하는 대신 무보수로 웨이를 채용했다. 웨이 입장에서는 공짜로 숙박을 제공받고 게스트하우스 측에서는 중국인 손님 응대가 원활하니 윈윈인 셈이다. B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 중에는 영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데다 고집스럽게 중국어만 쓰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을 상호명에 넣어 손님을 잡아끄는 게스트하우스도 있다.개별 여행객 증가와 더불어 게스트하우스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중국 내 한국여행 관련 사이트에서도 게스트하우스 이용 후기나 소개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중국 검색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시나닷컴이나 여행사이트인 취나얼 등에는 개별 게스트하우스들의 위치와 평점, 선호 이유 등의 내용이 담긴 후기 등이 비교적 자세하게 올라와 있다. 단체 관광객 위주의 과거와 달리 최근 개별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게스트하우스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례나 사이트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난립…불만ㆍ피해사례도 늘어= 이처럼 최근 게스트하우스가 난립하면서 피해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정식 등록을 하지 않고 무허가로 운영되는 업체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여행사이트인 다오다오에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요우커들의 불만 사례가 여러 건 올라 있다. 지난 여름 한국에 왔다는 한 중국인은 "밤 12시 이후에 에어컨을 쓰지 못하는 게 어이가 없었고 대신 튼 선풍기는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다"며 "원래 열흘을 예약했는데 하루만 자고 체크아웃했다"고 혹평했다. 또 다른 요우커는 "교통편은 지하철역 바로 옆에 있어 괜찮았지만 사이트에 소개된 사진보다 실제 방이 너무 작았다"며 "화장실은 몸을 돌릴 수 없을 만큼 작고 악취가 났다"고 불만을 제기했다.할인율을 과장하거나 원룸ㆍ오피스텔을 개조해 불법 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나자 관련 당국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지난 2월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과장광고 등 불법영업을 해온 혐의(공중위생관리법 위반)로 서울 시내 게스트하우스 27곳을 적발해 정모(38)씨 등 업주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7월에도 마포와 용산, 종로 일대 66개 게스트하우스를 불시에 단속해 38곳이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형사 입건됐다. 적발된 업체 중 32곳은 미등록 게스트하우스였고 6곳은 숙박요금을 제대로 게시하지 않은 혐의였다.한편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서울 시내에 중소형 관광호텔도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서울 시내에는 총 223개의 호텔이 등록돼 성업 중이다. 2011년 148개였던 것이 3년 만에 75개나 늘어난 것이다. 근래에 들어 증가 속도는 더 가팔라지고 있는데 2011년 17개, 2012년 13개, 지난해와 올해 현재까지는 각각 31개의 호텔이 영업을 개시했다. 서울 시내 호텔업 사업계획 승인 현황에 따르면 2017년까지 완공을 앞두고 있는 호텔도 135개에 달해 호텔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불어나는 요우커에 숙박업체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업체 간 갈등도 예상되고 있다. 도시민박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자 민박업체들이 면적규제 완화를 건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호텔업체들이 못마땅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도시민박 업체는 연면적 230㎡(약 70평) 미만의 건물만 등록이 가능하다. 도시민박업 저변 확대를 위해 면적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민박업체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민박업의 원래 취지가 한국의 가정문화를 체험하자는 건데 규모를 키우면 당초 취지에 어긋날 뿐더러 호텔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애초 도시민박업은 말 그대로 '남는 방'을 빌려주는 홈스테이 개념인데 이를 지정받고 악용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정받기 쉬운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해 놓고 막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되자 일부 업체들이 이제 와서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는 것"이라며 "도시민박업 자체가 전용거주지역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난립하면 소음 유발 등 주거환경을 해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무턱대고 규제 완화를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호텔업계의 반발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간담회 등을 통해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가뜩이나 에어비앤비 등이 호텔을 위협하기 시작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취재=김민영ㆍ김보경ㆍ주상돈 기자 argus@사진=최우창 기자 smicer@통역=최정화ㆍ옌츠리무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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