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의 '아스가르드 파카'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이규상(48)씨는 최근 참석한 동창모임에서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경험을 했다. 이씨를 포함한 7명의 친구 가운데 5명이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나왔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등골 브래이커'라 불리며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노스페이스다. 학교에서 '왕따' 당할까봐 비싼 가격에도 사줬던 노스페이스가 최근 학생들에게 외면받으며 장롱 속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고가인 데다 품질도 좋은 점퍼를 버릴 수 없게 되면서 장년층 어르신들의 유니폼으로 자리잡고 있다.이 씨는 "아들이 노스페이스를 입지 않는다"면서 "요즘은 노스페이스보다 더 비싼 해외 브랜드 제품을 사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노스페이스가 학부모 교복이 됐다. 멀쩡한 옷은 장롱에 넣어두고 해외 수입 브랜드를 찾으면서 학부모가 입고 있다. 실제로 노스페이스 등의 아웃도어 브랜드 신장세는 점점 둔화되는 추세다.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백화점의 경우, 아웃도어 브랜드 전체 매출 신장률은 올해 처음으로 한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올 1월부터 이달 28일까지 아웃도어브랜드의 지난해 대비 매출 증가율은 7.8%에 불과했다. 2012년 32.5%, 지난해 24.8%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진 수치다. 노스페이스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3.2% 감소했다. 2012년 24.8%, 지난해 13%로 두자릿수 신장세를 유지하다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주 구매층이던 청소년들이 외면하면서 매출이 역신장했다. B백화점에서 노스페이스의 매출은 17.9% 성장했다. 이는 서울 외 지역상권에서는 아직 판매율이 높아서 나온 결과로 분석된다. 서울만 보면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반면 '신(新) 등골브레이커'로 불리는 해외 고가 브랜드 매출은 날로 늘고 있다. 최소 100만원에서 500만원을 훌쩍 넘는 제품이 잘 팔린다. 이탈리아 브랜드 몽클레르는 8~9월에 이미 인기제품이 모두 팔렸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통업계도 새 브랜드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올 하반기 롯데ㆍ현대ㆍ신세계 등 백화점에서는 에르노, 맥케이지 등 해외 브랜드 매장을 열었다.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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