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과 편의점, 2014년 소비 움직이는 양축

사용액으로 분석해본 신용카드 경제학

자취생·기러기아빠 등 늘어, 20년새 1인가구 16% 증가간편식·생활용품 등 소액결제…1~7월 카드 사용액 15% 쑥

유통점별 신용카드 증감률 추이와 1인가구수 변화 추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전반적인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편의점 신용카드 결제액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나 혼자 산다'는 1인가구를 위한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가 소비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3가구 중 1가구는 1인가구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향후 '나홀로족'의 소비패턴이 금융ㆍ산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1인 가구 자주 가는 편의점 인기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소비유형별 개인 신용카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편의점에서 나간 신용카드 사용액은 1조58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 늘어났다. 세월호 참사와 경기침체로 다른 유통업체들의 성장률이 부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급증세다. 같은 기간 할인점에서 쓴 신용카드 사용액은 14조2850억원으로 절대규모는 크지만 지난해와 견줘보면 4.6%가 줄어들었다. 면세점에서는 7900억원이 쓰여 전년동기보다 9.1% 사용액이 줄었다.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인가구 증가가 편의점 산업 자체의 성장세와 맞물리면서 편의점 신용카드 소비가 늘었을 것"이라면서 "카드사에서 할인마트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한 영향도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1인 가구는 조리법이 간단한 1∼2인용 가정간편식을 즐기고 편의점이 이들 젊은층의 필요에 맞는 상품군을 내놓으면서 편의점 매출도 급증하는 추세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1인 가구는 근거리 쇼핑을 선호하고 한번에 적은 양을 잦은 빈도로 구매하는데 특히 1∼2인 가구의 월평균 1인당 소비지출은 3∼4인 가구보다 높은 편"이라면서 "현재 1인 가구의 성장은 소매유통 시장 내 구매행동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점포 수가 1인가구 급증과 맞물려 최근 들어 급증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편의점협회가 공식 집계한 편의점 점포수는 2013년 12월 말 기준 2만4859개로 3년 전인 2010년(1만6397개)보다 52%나 늘었다.이밖에 슈퍼마켓과 홈쇼핑ㆍ인터넷판매 업체의 신용카드 사용액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마켓 손님이 올해 1∼7월 사이 긁은 신용카드 사용액은 8조69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 늘었고, 홈쇼핑과 인터넷판매(20조5400억원)도 6.2% 늘었다. 정훈 연구위원은 "의무휴업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할인마트 내 고액매출이 감소하고 할인점에서 감소한 소비가 슈퍼마켓, 편의점, 인터넷 쇼핑, 홈쇼핑 등 다른 유통업체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신용카드로 소액결제를 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도 일조했을 수 있다"고 봤다. ◆경영화두로 부상한 '1인가구 증가세' = 고향을 떠나 자취하는 대학생이나 직장인, 결혼을 미루고 부모를 떠나 독립해 사는 30∼40대, 자녀의 유학으로 홀로 남겨진 '기러기 아빠', 홀로 된 노년 층 등 1인 가구가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주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들가구의 비율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소비패턴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10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9%에 불과했던 1인가구는 2000년 222만명으로 늘어 15.5%를 차지했고 2012년에는 453만명으로 25.3%로 급증했다. 앞으로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1인가구가 2035년에는 762만명으로 전체인구의 34.3%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보다 저출산ㆍ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32%, 2010년 기준), 미국(27%), 독일(40%) 등도 1인가구 비중이 30% 안팎이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며 소비시장 전반에서 '나홀로족'의 구매력이 증가하고 있다. 2006년 전체 민간소비의 3.3%(16조원)에 불과했던 1인 가구 소비는 2010년 11.1%(60조원)로 성장했다. 하나대투증권은 2020년에는 120조원으로 전체의 15.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1인가구의 증가는 유통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KB금융지주 연구소는 '솔로 이코노미 성장과 금융산업' 보고서에 "1인 가구는 간편함, 편리함을 추구하는 트렌드와 함께 소포장, 소용량 식품 선호가 늘고 간편한 완전조리, 반조리 식품 시장을 크게 성장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형주택이 보편화됨과 동시에 홀로 노후를 준비하는 1인가구일수록 자산관리나 재테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솔로이코노미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 에릭 클라이넨버그가 2012년 출간한 그의 저서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에서 소개한 개념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소비시장을 형성하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 현상을 뜻한다. 에릭 교수는 "2010년 미국 싱글들의 일인당 연평균 소비액은 3만4000달러로 무자녀나 유자녀 가족 일인당 소비액보다 높고 고소득을 가진 싱글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도 '솔로이코노미'를 이 시대 중요 소비트렌드로 제시한 바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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