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미래 기업은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까. 척박해진 환경하에서 생존과 이익을 내는 것만이 목표일까. 기업 경영자라면 누구나 궁금해야 할 이 질문을 화두로 던진 이들이 있다. 바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다. 클린턴은 최근 자신이 주도하는 자선단체인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 ' 창설 10주년 행사에서 "미래 기업이 최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이익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래 기업들이 이익보다는 직원과 사회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발언 이면에는 가뜩이나 지역이나 국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다양한 계층 간에 벌어지고 있는 소득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도가 읽힌다.그의 발언 이면에는 가뜩이나 지역이나 국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다양한 계층 간에 벌어지고 있는 소득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도가 읽힌다. 클린턴의 예측은 이윤을 내기 위해 악착같이 경쟁하면서도 종업원들에 대한 보상에 둔감하고 주가 상승과 주주 배당만 챙겨 높은 급여를 바라는 기업 경영자에게는 전혀 남의 일 같이 들린다. 하지만 이런 클린턴의 발언에 힘을 실어준 이는 엉뚱하게도 태평양을 건너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날아온 마윈이었다.마윈은 역사적인 알리바바의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이번 행사에 참석해 "나는 항상 고객, 직원, 주주라는 순서로 우선순위를 따져왔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인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것'를 자신의 좌우명으로 생각하는 마윈은 자신의 성공이 정부의 지원이 아닌 소비자들의 덕이라고 믿는 이다.미 증시 상장으로 250억달러(약 26조원)의 부를 갖게 된 중국 최대 갑부의 입에서 야심찬 계획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이라면 실망할 만한 내용이지만 그의 발언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마윈은 "우리는 부자 아빠도 없고 힘이 있는 삼촌도 없다. 단지 우리를 지지하는 고객만이 있을 뿐이다. 사회적 책임을 사업모델에 담아야 한다"고 말하며 고객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알리바바는 앞으로도 중소 규모의 협력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포부까지 내놓았다. 그러면서 성공을 위해 권력과 타협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온갖 미사여구로 가득한 장밋빛 성장계획과 수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발언은 자본주의 국가에 사회주의 국가 출신의 기업가가 한 수 가르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자본주의자들에 대한 마윈의 훈수는 매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나왔다. 차량 결함을 은폐하다 인명 피해를 일으키고 소비자들의 반발 속에 뒤늦게 대규모 리콜에 나서는 등 사회적 책임을 망각했던 미국의 대표기업 GM에 주는 중국 기업인의 '수업'이었던 셈이다.물론 미국에도 클린턴이나 마윈의 발언에 걸맞은 기업이 있긴 하다. 대표적인 예가 코스트코 홀세일이다. 코스트코는 일정 이상의 이윤을 추구하지 않으며 소비자들에게 가장 낮은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는 원칙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에 대한 대우도 좋다. 그렇지만 이런 예는 아직 그리 많지 않다. 2008년의 금융위기만 해도 소비자와 기업 간의 신뢰가 깨진 대표적인 예다. 미국 은행들은 정확한 상품 설명도 없이 대출을 남발했고 결국 국가 경제 파국과 엄청난 수의 고객들을 빈털털이로 만들었다. 미국의 직장 정보 공개 업체 글래스도어는 코스트코를 일하기 좋은 기업 2위에 올려놨다. 그럼에도 사업은 전 세계에서 승승장구 중이다.자본주의 수출국 미국이 중국인의 훈수를 들어야 하는 상황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를 터부시하기에도 부담스럽다. 분명 틀린 말이 아닌 탓이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 전 대통령과 세계 2위 경제 대국 최고 부자의 만남은 이처럼 묘한 '울림'을 남겼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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