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내년 국회의원의 세비 3.8% 인상을 추진한다'는 본지 기사(9월30일 1·2·6면 참조)가 나간 이후 국회에 대한 각계의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정치권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세비 인상에 반대한 이는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순천ㆍ곡성)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했다"면서 "낯 뜨거워 찬성도 동의도 할 수 없다. 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부끄럽다"는 등 격한 단어를 쓰며 인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세월호 정국으로 인한 국회 파행을 이유로 추석보너스를 반납한 바 있다. 가진 게 많아 보너스, 세비 인상이 필요없는 상황이 아니다. 그의 재산은 4억1000만원이다. 새누리당 의원 평균 재산(23억원)의 5분의 1밖에 안된다. 새누리당 쇄신의원모임인 '아침소리' 소속 초ㆍ재선의원 12명도 성명을 내 "19대 국회 선배ㆍ동료 의원 여러분께 내년도 세비 동결에 뜻을 함께 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국민들이 단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세비 인상을 반대한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없을 게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면 누가 세비 인상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고 오히려 세비 동결, 세비 삭감 등을 주장하겠는가. 세비 인상 추진의 파장이 커진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세월호 정국으로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피로감이 분노로 바뀌는 시점이었다.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법안의 처리가 전무하다 보니 정부 정책의 골든타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고, 경기 회복세가 더디면서 서민과 가계의 살림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담뱃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으로 세부담마저 늘어나면서 민심의 '분노 게이지'가 급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비 인상이 서민의 세(稅)가슴에 불을 지핀 것이다.세비 결정 과정의 문제점도 함께 드러났다.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세비 인상 협의내용과 세출예산안에서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국민은 예전처럼 국회 운영위의 의결 이후에나 세비 인상 소식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을 것이다. 국회의원 세비 조정과 인상은 그간 비공개로 진행돼 왔고, 세비도 별도 항목 없이 국회사무처 인건비 안에 숨겨져 있었다. 국회의원이나 국회사무처 직원이 아니면 알기 힘든 구조다. 더구나 내부적으로는 3.8% 이상 대폭 인상을 검토했었다. 세비 인상 말고 다른 예산도 늘려 잡혀 있다. 의장단과 국회의원, 교섭단체 등의 의정활동지원예산은 20억4887만원이 늘어났고 상임위원회를 지원하는 위원회운영지원예산, 해외방문을 지원하는 위원외교예산도 모두 증액됐다. 반면에 국회도서관의 도서구입예산은 57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번 세비 인상 추진 보도는 운영위의 심의가 있기 전에 국회와 정부가 협의를 통해 예산안에 반영해 놨다는 것이 드러난 것에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국회는 앞으로 나라살림뿐만 아니라 자기네 안살림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심의해야 한다. 세비 인상이 타당한가에서부터 인상이 타당하다면 인상 폭은 얼마가 돼야 하는지, 인상이 타당하지 않다면 동결이나 삭감, 반납 등도 논의해야 한다. 세비 결정 절차를 투명하고 개방된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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