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온칼로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장지하 450m 아래 암반층에 구멍 뚫어 처분정부·규제기관·지자체, 안전하고 투명한 관리 원칙 합의
▲핀란드 에우라요키시 올킬루오또섬에 위치한 온칼로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시설 모습. 지름 1.7m, 깊이 8m 구멍에 사용후핵연료가 영구 저장된다.(사진제공: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지하로 구불구불 5km 가량 이어진 터널에 진입하자마자 흙먼지가 뒤덮었다. 터파기 공사가 계속 진행되는 터라 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한 듯 했다. 차를 타고 20여분 남짓 달리자 지상으로부터 450m 아래라고는 믿기 어려운 넓다란 공터에 도착했다. 지름 1.7m, 깊이 8m 구멍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매끈하게 잘린 화강암 구멍을 보고 있자니 여기에 원전에서 사용하고 난 핵연료가 영구 처분될 것이라는 설명에도 좀처럼 실감나지 않았다.지난 17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4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작은 해안가 마을인 에우라요키(Eurajoki)시(市)를 찾았다. 세계 유일한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장인 온칼로(Onkalo '숨겨진 장소'라는 뜻) 처분장은 에우라요키에 속한 올킬루오토(Olkiluoto)섬에 위치하고 있다.원전 4기를 보유하고 있는 핀란드는 1983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을 준비해왔다. 핀란드는 1983년부터 1992년까지 10년간 국토 전역에 대한 지질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00년 남서부 해안도시 에우라요키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고 2004년 건설을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핀란드 에우라요키시 올킬루오또섬에 위치한 온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공사현장을 17일 작업자가 둘러보고 있다.(사진제공: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차량에 동승했던 현장메니저 얀넨씨는 "현재 완료된 공정률은 10%정도이며, 앞으로 120년 동안 계속 공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 부지는 10년 전만 해도 그냥 숲에 불과했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온칼로 처분장에는 이르면 2022년부터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능폐기물이 영구 저장될 예정이다. 폐기물은 철과 구리로 만든 지름 1m 길이 4.8m의 원통에 담겨 구멍에 매립된다. 연간 원통 50개를 처분한다는 계획으로, 사용후핵연료 9000t을 처분한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원전에서 사용된 핵연료는 고온과 함께 고준위 방사선을 방출하는데 100년 동안 시간당 10킬로와트의 열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해 원전 수조에서 1차로 식힌 후 저장시설에서 많게는 10년간 보관하고, 최종처분하게 되는 방식이다.
▲온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모습.(사진제공: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핀란드의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결정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은 오는 2016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안 방폐장 사태처럼 그동안 지역주민의 극한 반대에 직면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은 아직까지 요원하다.반면 핀란드 정부는 30년이 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꾸준하게 추진했고,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안전을 보장했다. 특히 에우라요키 원전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1978년부터 지역주민 설명회를 해마다 개최하는 등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리스토 팔테마 핀란드 방사선원자력안전기구(STUK) 핵폐기물 규제담당관은 "어려운 이슈라 사람들이 잘 몰랐는데 처분장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긍정적인 반응이 컸다"며 "신뢰를 받는 것은 굉장히 어렵지만 잃는 것은 쉽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지역주민도 정부와 운영기관을 신뢰했다. 하리 히티오 에우라요키 시장은 "에우라요키 주민 설문조사에서 최종처분장 건설에 동의 45%, 반대 35%로 나타났지만 결정 과정이나 공사 중에 주민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며 "지자체와 발전사, 지역 주민간 투명성이 보장됐고 신뢰도 역시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핀란드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 개념도. 폐기물은 철과 구리로 만든 지름 1m 길이 4.8m의 원통에 담겨 구멍에 매립된다. 사용후핵연료 9000t을 처분한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사진제공: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핀란드 에우라요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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