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라운드 도중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영어로 '피존골퍼'는 내기 골프에서 만만한 상대를 말한다.
골퍼들만 아는 골프은어 그 두 번째 순서다. 사전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뜻이며 골퍼들만 사용하는, 이를테면 '특수 용어'다. 우리말로 바꾸면 '골프 배', '바람 속이는 사람', '비둘기 골퍼' 등 쉽게 이해되지 않는 단어들이 많다. 알아두면 그러나 외국인과의 라운드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 He has a big golf belly= 직역하면 '똥배가 나왔다'다. 라운드 직후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정말 시원하다. 하지만 맥주는 '올챙이배' 또는 '똥배'의 원인이 된다. 똥배는 그 모양이 항아리 같아 영어로는 'pot belly'다. 요즈음은 맥주를 마셔 나온 배라는 의미로 'beer belly', 또는 중년골퍼들이 19번홀에서 맥주를 즐겨 배가 나온다는 의미에서 'golf belly'라고 한다.▲ Come on, Harry= 퍼트를 할 때 외치는 말이다. 우리말로 "해리야, 들어가라"로 해석된다. 보통 자기편을 응원할 때 쓴다. 해리는 남자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소위 '공무원 퍼팅'에 해당하는 속어는 "Nice putt, Alice(나이스 퍼트, 앨리스)"다. 앨리스는 여자 이름이다. 약하게 친 퍼팅을 비꼬는 표현이라는 이야기다. ▲ wind cheater(윈드 치터)= 영어로 '바람둥이'는 여러 가지 표현이 있다. 'wife cheater' 또는 'womanizer'가 대표적이다. 골프에서 'wind cheater'라는 말이 있다. 맞바람을 감안해 낮게 치는 드라이브 샷을 의미한다. 이를 단어 뜻 그대로 '바람을 속이는 자'로 번역하면 곤란하다. ▲ angel raper(엔젤 레이퍼)= '천사를 성폭행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의미지만 골프에서는 하늘 위로 높이 치솟는 '스카이볼'을 이렇게 표현한다. 다른 말로 공이 구름을 때려 비를 오게한다 해서 'rain maker(레인 메이커)'라고도 사용한다. 국내 골퍼들은 흔히 '덴푸라(튀김) 샷'이라고 한다. 일본어가 아니라 포르투갈어 '템페로'가 어원이다. 새우를 기름에 튀기면 솟구쳐 오르는 것 같은 모양의 샷이다. ▲ pigeon golfer(피존골퍼)= 내기를 할 때 가장 만만한 골퍼에게 "넌 내 밥이야(You are my food)"라고 말한다. 내기만 하면 터지는, 한 마디로 피존골퍼다. 영어로 피존은 비둘기, 일본어로는 '가모' 즉 '오리'다. 보통 때는 비실비실대다가 돈내기만 하면 따는 골퍼는 '핸디캡 치터(handicap cheater)' 또는 '샌드배거(sandbagger)'다. 누군가 나를 얕본다면 "Do I look like I am easy?(내가 만만하게 보여)"라고 하면 된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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