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식물이 있는 곳…생태계 건강하다

산성화된 바닷물이라도 잘피 많으면 생태계 유지돼

▲잘피가 무성한 곳에서 갑각류 생태계는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사이언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기후 변화는 생태계를 위협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하는 가장 무서운 원인 중 하나이다. 갑자기 기후가 변하고 주변 환경이 달라지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들은 버텨내기 힘들다. 사람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동식물들은 오죽할까. 기후변화는 육지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생물들의 고통을 더하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온실 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앞당기고 있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바닷물은 산성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pH(용액의 수소 이온 농도 지수)가 떨어지면서 바다 생태계도 급격하게 변화 속으로 이끌려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바다풀의 일종인 잘피(seagrass)가 갑각류들에게 최고의 안식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연구 결과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탄소의 증가로 바닷물은 빠르게 산성화되고 있다. 이런 기후 변화는 대합이나 굴, 게, 바다가재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된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변화시키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pH 농도가 떨어지면 바다 생물들은 생존하기 더욱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풀인 잘피가 많은 지역에서는 바닷물의 산성화가 진행되더라도 이런 악조건을 견뎌내는 데 더 없이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잘피가 기후변화에 따른 악조건을 견뎌야 하는 갑각류들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는 셈이다. 사이언스지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10일 언급하면서 "잘피가 산성화되는 바다에서 갑각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첫 연구결과"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잘피가 무성한 pH8.1과 pH7.8의 두 가지 바닷물에 갑각류를 1년 동안 살게 했다. 실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산성도가 높은 pH7.8에서 자란 갑각류들이 pH8.1에서 자란 것보다 개체 수가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전 실험실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갑각류들은 산성화된 바닷물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피가 있는 산성화된 바닷물에서는 오히려 번성하는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잘피는 농도가 낮은 pH 바닷물에서 더 많이 증가했다. 잘피가 농도가 낮은 pH에서 더 많이 자라면서 결과적으로 많은 먹이를 공급했고 또한 포식자로부터 갑각류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여기에 잘피는 광합성을 통해 바닷물의 급격한 화학적 변화를 막아주는 역할도 수행했다. 이 같은 잘피의 생태계 영향은 산성화되는 바다로부터 갑각류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수생 생태계 파괴를 방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