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사태, 낙하산 인사가 불러온 참사

금융감독원의 제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KB금융에서 벌어진 경영주도권 다툼의 여진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어제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내분을 일으킨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바로 사퇴했지만 임 회장은 거부했다. 임 회장이 버틸 수 있는 것은 같은 문책경고라도 은행장의 경우는 금감원장의 결정으로 확정되지만 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위원회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KB금융의 내부갈등이 밖의 감독당국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KB금융지주 대 금감원의 갈등뿐만 아니라 금감원 대 금융위의 갈등까지도 우려된다. 이번 KB금융 사태는 국민은행의 주된 전산시스템 기종을 기존대로 IBM으로 놔두느냐 유닉스로 바꾸느냐는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 정도의 기술적 문제라면 이견이 있더라도 통상적인 의사결정절차에 따라 KB금융 내부에서 결론을 내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국민은행 이사회의 논의와 의결 과정에 KB금융지주 측이 개입했느니 아니니 하는 논란이 일어나더니 급기야 행장이 금감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은행 임직원이 전산시스템의 성능과 비용에 관해 유닉스 기종에 유리하도록 조작된 허위자료를 이사회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최 원장은 '범죄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내부통제상 문제'라고 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감독소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임 회장이 중징계 결정에도 사퇴를 거부한 것은 시간을 벌어 금융위의 최종 결론을 지켜보자는 속셈으로 보인다. 그는 사퇴 거부의 명분으로 '경영 정상화'를 내걸었지만, 이번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 할 말은 아니다. 책임감 있는 최고경영자라면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근본 원인은 낙하산 인사와 금융지주 제도의 허술함에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임명됐다. 그런데 서로 줄이 다르다 보니 화합하지 못하고 주도권 다툼을 일삼았다. 현행 금융지주제도에는 이 같은 갈등을 해소할 장치가 없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의 제재권한 분배도 이번 일을 계기로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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