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시설물유지관리의 전문성이 인재(人災) 막는다

김용훈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회장

행복한 사회의 전제조건은 국민안전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설물의 안전과 유지관리는 안전사회 구현을 위한 필수요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해 한강의 기적을 낳은 대신 지나치다 할 정도로 외형적인 성장과 양적 발전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그리고 자본에 대한 안전에 치중한 나머지 국민안전과 시설안전은 부차적인 존재로 전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결과 독립기념관 화재사고(1986년), 창선대교 붕괴(1991년), 신행주대교 붕괴(1992년), 청주 우암상가아파트 붕괴(1993년), 서해페리호 침몰(1993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대구지하철 화재(2003년) 등과 같은 대가를 치렀다. 사고 때마다 '법 개정' '안전기준 강화' '매뉴얼 구체화' '일제점검' '처벌 강화' 등과 같은 말을 수없이 외쳤지만 크게 변한 건 없는 듯하다.  올해만 해도 그렇다. 2월 체육관 붕괴부터 여객선 침몰, 지하철 사고와 지반침하 등으로 수많은 인명과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최근에는 남부지방의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고 도로가 물에 잠겼으며 경로당이 붕괴됐다.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한 건 이들 사고 모두 관리주체들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점검부실과 유지관리 소홀 때문이라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별의별 사고를 겪다 보니 국민 불안이 커졌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다방면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현재 우리나라는 생활시설과 이용시설이 혼합된 소규모 안전취약시설물이 현재 전국에 약 10만개소나 산재해 있고, 자연재해 등 환경변화에 따른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시설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시설위험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2000년 이후부터는 최첨단화된 초고층 대형 복합건축물과 장대ㆍ특수교량, 터널 등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시설물에 대한 안전과 유지관리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대한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국내 시설물유지관리산업은 어떠한가? 시설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초고층 건축물과 장대교량 등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고 있지만 시설물 보수ㆍ보강에 대한 별도의 전문교육기관이나 기술자격제도조차 없다. 또 시설물 보수ㆍ보강의 경우에는 신축공사와 달리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공사범위가 부분적으로 분산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도의 단가산출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기준도 없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시설물유지관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은 대다수 비전공자 또는 유사학과의 인력을 채용하고 있고 공사비용에 대한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 공사를 포기하거나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사례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오랜 산업화 과정을 거침으로써 이미 사회기반시설을 안정적으로 구축하였고 유지관리에 필요한 전문기술자의 양성도 안전화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사회기반시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전문인력양성을 통한 국가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전한 시설물을 통해 행복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안이다. 또 사회기반시설의 안전을 확보함으로써 행복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시설물의 고령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 새로운 기술 접목을 기피함으로써 발생하는 기술발전 미흡 등을 큰 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개선하고 정비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정부와 관련업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김용훈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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