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어제 석촌지하차도 밑 동공(洞空ㆍ빈 공간)의 원인은 지하철 9호선의 부실시공이라고 발표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터널을 뚫기 전 지반을 제대로 보강하지 않은 데다 터널 시공 이후 주변을 단단히 다지는 작업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으로 하여금 책임지고 복구토록 한다지만 당장 같은 공법을 쓴 다른 지하철 공사 현장 주변은 괜찮은지 걱정이다. 시공사는 해외사업도 많이 하는 삼성그룹 주력 건설회사다. 문제의 동공 발견 지점이 무너져 내리기 쉬운 모래와 자갈로 된 지반임에도 터널을 뚫기 이전과 이후의 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복구와 보상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예산 2000억원이 투입된 지하철 공사의 총괄 책임은 발주처인 서울시에 있다. 어영부영 시공사에만 책임을 떠넘겨선 안 된다. 굴을 파들어 가는데 설계보다 14%나 많은 토사가 나왔다면 감독을 맡은 서울시도 마땅히 챙겼어야 했다. 인근 주민들이 제기하는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나 석촌호수 수위 저하, 노후 상하수도관과 연관성에 대해서도 계속 추적할 일이다. 석촌지하차도 동공 발견 이후 싱크홀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전국 곳곳에서 도로함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수관 등 지하매설물의 노후나 손상에 따른 도로함몰이든, 지하구간 부실시공에 따른 동공이든, 석회암 지반이 물과 만나 녹아내리며 표면부터 지하까지 구멍이 뚫리는 싱크홀이든 중요한 것은 불의의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유형별 원인에 따른 예방과 대응책을 마련해 실행함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협조해 지하철 및 상하수도관, 가스ㆍ통신ㆍ전기ㆍ난방 설비 등 지하공간 시설물에 지질ㆍ지하수 정보까지 담은 '지하종합지도'를 만들자. 선진국들은 1970년대부터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 지하공간 개발ㆍ이용과 관련한 국가 차원의 기준도 요구된다. 대형 고층 건물과 지하공사의 경우 환경영향평가에 '지반 부문' 평가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지하수가 안정적인지 지반 침하는 없는지 점검 관리해야 한다. 석촌지하차도 동공은 지하 난개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사고의 경고일 수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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