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의 구원투수로 5년 만에 복귀한 최길선 신임 총괄 회장(68ㆍ사진)은 "한국의 조선업의 위기상황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에서 은퇴한 후 5년 만에 회장 타이틀을 달고 현장에 복귀했다. 최 회장은 13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조선, 해양, 플랜트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며 한국의 조선업이 비상상황이라고 봤다. 그는 현대중공업 경영 위기 타개 방안과 관련해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의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12일 회장에 선임되자마자 공식 취임식을 생략한 채 울산 조선소로 향했다. 최 회장은 "울산으로 내려가 현장을 눈으로 직접 봐야만 했다"며 "현장에서 상선, 해양, 플랜트 등 주력 분야의 문제점을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당분간 그는 현장에서 머물며 문제점을 찾을 계획이다.최 회장은 우리 조선업을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해법도 제시했다. 그는 중국 조선업 경쟁력은 정부의 힘에서 나온다고 규정했다. 최 회장은 "중국 조선업 경쟁력의 60% 이상은 정부다"며 "정부가 주도해 선박 금융을 지원하는데, 기업들의 기술력이나 경쟁력은 뒤쳐진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은 기업들의 자생적인 기술력과 영업 능력이 더 뛰어나 중국 조선업체들과 비교할때 경쟁력 우위를 보인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중국이 만리장성을 쌓은 후에 외세 침략을 수차례 받은 것은 내부의 문제였다"며"이런 점을 볼때 우리도 결국 내부에서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 최대 적자 원인으로 지목되는 해양ㆍ플랜트와 관련해 "과거와 달리 해양과 플랜트 프로젝트들이 덩치나 규모가 커지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막대한 적자를 입게 됐다"며 "이럴 수록 기술력과 순발력, 관리 능력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5년 만의 현장 복귀 배경에 대해 "회사 측으로부터 여러 차례 요청이 있었다"며 "고심 끝에 현장에 다시 오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대중공업 뿐만 아니라 조선업계에서도 최 회장의 현장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최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발탁한 조선업계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당시 현대그룹에서는 '건설의 이명박' '조선의 최길선' 이라고 칭할 정도였다. 전북 군산 출신인 최 회장은 업계에서 첫손으로 꼽는 조선 전문가다. 1972년 현대중공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12년 만에 임원으로 임명됐다. 당시 정 명예회장이 직접 최 회장을 임원으로 발탁인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1997년 현대삼호중공업(옛 한라중공업) 사장, 2001년 현대중공업 사장, 2004년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지냈고 2005년 12월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재임명돼 2009년 11월까지 일했다. 현대중공업 그룹에서 비조선업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사장을 지냈다. 최 회장은 국내 최초 LNG 운반선 건조, 세계 최초 선박 육상건조 방식 도입 등을 추진하며 2000년대 한국 조선업이 세계 1등으로 떠오르는 데 기여했다. 2009년 조선업 불황이 시작되고 그의 재임기간에 투자한 군산 조선소에 일감이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자 그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물러났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2분기 조선ㆍ해양ㆍ플랜트 3개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본 데 따른 비상경영 체제의 일환에서 어려움에 처한 생산 부문을 일으킬 경험자를 영입한 것"이라며 "현장에서부터 그가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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