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묵힌 도시공원, 해제 요구하자 또 기다려라?

헌재,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2000년 7월1일 기산일 지정 합헌 결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1977년 도시자연공원으로 결정된 곳의 토지 소유주가 여전히 공원조성사업이 이뤄지지 않자 재산권 행사를 위해 도시계획시설 해제를 요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방자치단체는 해제 요구를 거부했고 당사자가 이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경기도 안산의 해안주택조합이 국토계획 및 이용법 48조 1항과 부칙 등이 재산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결론은 합헌이었지만 헌법재판관 9명 중 위헌 의견이 5명, 합헌이 4명으로 나올 정도로 위헌 의견이 강했다. 그러나 위헌으로 결정되려면 9명 중 6명이 위헌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결론은 합헌이었다. 해안주택조합은 1977년 건설교통부 고시에 의해 도시계획시설(도시자연공원)로 결정된 토지 6만1697㎡를 소유한 조합이다. 장기간 공원조성사업이 이뤄지지 않자 이 토지에 대한 매수보상이나 도시계획시설 해제를 요구했지만, 2012년 11월 안산시장으로부터 해제신청 거부를 통보받았다. 국토계획 및 이용법은 2002년 개정됐는데 도시계획시설 고시일로부터 20년이 경과할 때까지 사업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결정의 효력을 상실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의 토지는 1977년의 일로 이미 37년이나 지난 사안이다. 37년간 도시자연공원 조성을 말로만 약속하고 지키지 않아 결과적으로 토지 소유주의 재산권 침해가 발생했지만 안산시가 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은 이 규정의 부칙 조항에 있다. 부칙은 2000년 7월 1일 이전에 결정·고시된 시설은 2000년 7월1일을 기준으로 20년이 경과해야만 지정을 해제하도록 했다. 다시 말해 이 사건 토지의 경우 1977년이 기산일이 아니라 2000년 7월1일을 기준으로 20년이 경과해야 한다는 얘기다. 헌재는 “2000년 7월1일 이전에 이미 경과된 기간의 장단에 따라 실효기간에 차등을 두는 단계적 실효의 방법은 전체 도시계획의 구도 아래에서 사업시행의 선후를 결정하기보다는 도시계획결정의 선후에 따라 사업시행의 선후를 결정하도록 하는 결과를 낳아 바람직한 도시계획의 시행에 저해가 될 우려가 있다”면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재산권 제약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적 조치가 마련돼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공익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법익 규형이 깨졌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이들 재판관은 “기존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으로 인해 토지재산권을 장기간 제한받다가 2000년 7월1일부터 20년 동안 새로이 수인해야 하는 토지소유자의 불이익이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할 공익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면서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모든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제한기간을 일률적으로 2000년 7월1일부터 20년으로 규정함으로써 토지소유자는 기존 제한기간의 장단에 관계없이 실효 기간에 관해 동일한 취급을 받게 된다”면서 “그와 같은 차별을 합리화할 상당한 이유가 없다.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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