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고질인 대형 국책사업 담합 비리가 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과징금 4355억원을 물렸다. 관련 법인과 주요 임원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과징금은 역대 전체 담합사건으로는 두 번째, 건설 담합사건으로는 최고액이다.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사업에서 담합 비리를 뿌리 뽑으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담합에는 현대, 대우, SK, GS,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업계 '빅7'가 다 가담했다. 28개 회사가 2009~2010년 사이 20개 공구 중 17곳에서 담합, 그 규모가 3조5980억원에 달한다. 투찰률을 사다리 타기로 정하기도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담합으로 가격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체 낙찰률이 78.53%로 다른 최저가 공사 평균낙찰률(73%)보다 높았다. 그 만큼 공사비가 올라가 수천억원의 국민 세금이 낭비된 셈이다. 건설업계의 담합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최근 2년 사이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곳이 46개사, 금액은 4500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서도 대구지하철공사, 경인 아라뱃길 담합 등이 줄줄이 드러났다. 건설사들은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거액의 과징금 부과로 생존이 어렵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잘못이 있는데 사정이 어렵다고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입찰 담합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과징금을 내더라도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적당히 과징금만 내면 끝나는 식이어선 뿌리를 뽑기 어렵다. 매출액의 2%인 과징금 상한을 올려 담합해도 실익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미국처럼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배상을 물려야 한다. 검찰에 고발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등 형사 처벌이 미약한 것도 문제다. 사법 당국의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하지만 엄한 처벌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입찰 제도 자체가 담합을 조장하는 측면은 없는지, 최저가 입찰제가 최선인지, 제도 전반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저가 입찰제의 경우 수익률이 낮아 담합을 하지 않고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 대형 사업을 동시발주하는 것은 담합을 묵인 내지 조장하는 것이라는 업계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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