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재계가 정부의 규제시스템 개혁방안에 대해 제대로 시행될 경우 획기적인 규제개혁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환영과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규제등급제, 규제비용총량제 적용대상, 규제개혁 추진기구 등에 대해서는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정부 규제시스템 개혁방안 평가 및 보완과제' 보고서를 통해 영국에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규제비용총량제, 규제개선청구제가 잘 운영된다면 규제관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 3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발표된 규제시스템 개혁방안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에 반영돼 현재 입법예고 중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규제비용총량제와 규제개선청구제 신설로 요약할 수 있다. 규제비용총량제란 규제를 신설 또는 강화하는 경우 그와 동등하거나 더 많은 비용을 유발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 또는 개선해야 하는 제도다. 실제 지금까지는 규제 신설을 통해 권한을 강화하는데 익숙하던 소관 부처에게 신설 규제에 상응하는 기존 규제 개혁의무를 부과해 오히려 '규제 신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이번 개정을 통해 불요불급한 규제신설ㆍ강화를 억제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경련은 예상했다. 또 규제개혁의 기준을 '건수'에서 '규제로 인해 초래되는 비용'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규제개혁의 틀의 개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기존규제에 대한 강력한 규제개혁 수단인 규제개혁 신문고를 규제개선청구제라는 이름으로 행정규제기본법에 제도화한 부분도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과거의 규제개혁 신문고 제도는 사실상 규제로 인한 국민의 고충을 단순 '수렴'하는 창구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규제개선청구제는 누구나 규제개혁위원회 홈페이지에 규제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면, 소관부처가 14일 이내에 답변해야하는 법적 의무이다. 이 과정에서 소관부처가 규제를 유지해야하는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고, 부처의 답변이 불충분할 경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추가적인 소관부처에 추가적으로 '소명'하도록 지시할 수도 있다. 건의에 대한 회신을 책임자의 실명으로 답변하기 때문에 책임성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경련 측은 기대했다. 실제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이후 새로운 방식으로 규제개혁 신문고를 운영한 결과 규제개선 건의가 급증(일평균 3건→65건)하는 한편, 규제건의 수용률도 난해 8.0%에서 올해 5월말 20.1%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정부가 계획하는 규제비용총량제와 규제개혁 신문고는 영국에서 큰 성과를 거둔바 있는 One in, One Out(OIOO, 규제비용총량제)*, Red Tape Challenge(RTC, 규제개선청구제)*와 유사한 제도라는 점도 기대감을 크게 하고 있다. 영국은 2011년부터 One in, One Out와 Red Tape Challenge를 시행하여 각각 약 12억파운드(2.1조원), 3억파운드(5,200억원)의 규제비용 감소성과를 거둔 것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영국정부는 2013년초부터 One-in, One-out제도를 One-in, Two-out으로 강화해 시행중이고, RTC로 건의된 규제개선 과제중 2015년까지 3천개를 폐지하여 연간 8.5억파운드의 규제비용을 추가적으로 감소시킬 예정이다. 다만 보고서는 규제비용총량제라는 획기적인 규제개혁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부 추진방안을 일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안은 규제비용 산정이 어렵거나 곤란한 경우 규제비용총량제 대신 규제등급제로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으나, 채택사유를 엄격히 규정하지 않아 부처의 등급제 남용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보고서는 규제비용총량제의 적용대상도 '행정'규제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규제'라고 느끼는 모든 규제로 확대 적용해야 규제비용총량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전경련 측은 "영국이 규제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OIOO, RTC라는 규제개혁 수단과 함께 BRE(Better Regulation Executive, 규제개선집행국)라는 강력한 규제개혁 추진주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규제시스템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권한 및 위상 강화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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