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로 본 구룡마을 '복마전' 실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달 감사원이 발표한 구룡마을 개발사업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일단 서울시가 확정한 도시 개발 방식(일부환지)이 다소 흠집은 있지만 유효하며, 특정 토지주에 대한 특혜 의혹의 경우 현재 단계 즉 환지 규모 등 개발이익 환수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선 논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정작 감사 보고서의 내용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판자촌'인 강남구 개포동 소재 구룡마을이 더 이상 저소득측 거주 지역이 아니라 고소득의 부동산 투기 세력에 의해 점령돼 있다는 사실 또한 적시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서울시ㆍ강남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불법을 눈감아 주거나 '실수'를 가장해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는 등 '복마전'화 됐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 구룡마을은 어떤 곳?구룡마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소문난 강남구 개포동 '타워팰리스' 인근에 소재한 무허가 주택(비닐하우스) 밀집 지역이다. 주소는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567-1번지 일대, 면적은 28만6929㎡정도 된다. 구룡마을의 역사는 80년대 초 서울시가 개포동 일대를 재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쫓겨나 갈 곳 없던 30여가구의 주민들이 개발제한구역내 사유지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살면서 구룡마을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88년 올림픽 등을 전후로 상계동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 중 일부가 구룡마을에 몰려들기 시작했고, 90년대 초부터 약 110여 가구의 빈민들이 몰려 사는 무허가 비닐하우스촌이 들어서게 됐다. 구룡마을은 그때나 지금이나 '무허가' 마을이다. 이로 인해 몇년전까지만 해도 구룡마을은 국가가 제공하는 행정서비스나 사회공공서비스를 거의 받지 못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하지도 못했고, 선거권 행사도 당연히 불가능했다. 또 화재에도 극히 취약해 종종 큰 불이나 주민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종종 철거 및 개발이 시도됐지만 주민들의 저항에 의해 성공하지 못한 채 방치돼왔다. 이후 몇차례 대형 화재 사고와 언론 보도를 거치면서 구룡마을과 같은 무허가 주택촌 거주민들의 주거권ㆍ기본권 보장 여론이 높아졌고, 소송을 거쳐 2011년 5월부터 구룡마을 주민들도 주민등록 등재가 가능해졌다.

구룡마을 위치도

▲투기세력 밀집촌이 된 구룡마을구룡마을은 그러나 2000년 쯤 "비닐하우스를 구입해 주소를 이전하면 아파트 분양권이 보장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투기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실제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현재 주민등록상 구룡마을이 주민인 T씨는 "아파트 분양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말을 믿고 2001년 1월 무허가 건축물을 3000만원에 매입했다"고 진술했다. 같은 처지의 U씨도 2000년 초 이 소문을 듣고 300만원에 비닐하우스를 샀으며, 현재 월 소득이 800만원인데도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하며 여전히 거주 중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감사원 감사 결과에 나타난 구룡마을 주민들의 소득 수준은 놀라웠다. 총 1092가구 중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자활대상자 187가구를 제외한 905가구의 자산ㆍ소득 수준을 확인해 보니, 이중 147가구(16.2%)가 부동산 및 고급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35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4인가구 기준 510여만원)을 훨씬 초과하는 등 총 174가구(19.2%ㆍ중복 제외)의 실제 거주 여부가 의심스러운 상황으로 나타났다.실제 V씨는 본인과 부인, 아들 명의로 각각 경기도 광주에 주택 및 공장 등 76억원대의 토지, 근린시설 2채 및 오피스텔 2채 외 16억8000여만원 상당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5월 구룡마을에 전입을 신고했다. 또 목사 Y씨는 1억8000여만원 상당인 BMW 승용차를, Z씨와 그의 배우자는 각각 그랜저와 체어맨, BB씨는 BMW와 볼보, CC씨는 체어맨 및 영업용차량 5대 등 다수의 사람들이 최고급 외제 대형 승용차를 몰고다니면서도 2011년 5~7월 새 '비닐하우스'를 구입해 구룡마을에 전입을 신고했다. 배우자가 의사인 DD씨는 본인 소유 주택만 2채이고 배우자의 소득이 월 2700만원에 이르고, 변호사인 FF씨도 월 소득 금액이 500만원을 넘지만 아버지 GG씨와 2011년 5월 구룡마을에 전입했다. 이들이 전입한 시기는 구룡마을 주민들이 법원 판결로 주민등록이 가능해진 초기로, 투기 세력들이 개발이익을 노리고 집중적으로 몰려들었던 전입했던 때로 알려져 있다.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구룡마을 주민들 중 49가구 50명의 주민이 51대의 외제ㆍ대형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 주택 외 상가ㆍ공장 등 건축물을 갖고 있는 주민들도 29가구 32명에 달하며, 65가구 68명의 주민들이 총 85가구의 주택을 구룡마을이 아닌 다른 곳에 소유하고 있었다. ▲ 대토지주에 놀아난 서울시ㆍ강남구청이번 감사 결과 특히 부동산 투기 세력이 구룡마을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서울시ㆍ강남구청 관련 공무원들이 사실상 이를 방조하고 특혜를 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선 서울시 도시계획 담당공무원들은 2011년 12월 도시개발구역을 설정하면서 경계선 설정 기준을 교묘하게 변경하는 수법을 통해 인근 최대 토지소유자가 사실상 소요한 토지 699㎡를 개발구역 내에 포함시켜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소유권자가 볼 이득은 토지 보상금만 따져도 약 1억8000만원에 달한다. 또 서울시 공무원들은 2012년 8월 현재 군부대가 사용 중인 군사시설을 '설계 용역 회사 직원의 말만 믿고' 국방부와의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이미 훼손됐다고 판단해 이를 개발구역 내에 포함시키는 바람에 만약 군부대가 사용 동의를 하지 않을 경우 개발 구역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최소 200X300m 이상 떨어져야 하는 박격포 진지 3개가 가장 가까운 것은 도시개발구역에 10m까지 근접해 설치돼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이미 구룡마을은 공원 면적이 충분한데도 '군에서 사용 중인 군사시설'까지 공원으로 복원함으로써 불필요하게 공원을 추가 확장하도록 개발구역을 조정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토지소유자의 토지 4필지 3157㎡(감정평가 가격 4억원대)가 쓸데없이 개발구역에 포함되도록 해 막대한 이득을 안겨줬다. 강남구청의 잘못도 수두룩하게 드러났다. 우선 주민등록 관리가 엉망이었다. 강남구는 투기 세력들의 위장 전입을 막기 위해 전입 신고시 실제 거주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하지만, 2011년 5월2일부터 2012년 2월29일까지 총 1308건의 전입신고 중 230건만 현장확인하고 나머지 1078건은 그냥 도장만 찍어줬다. 특히 이중 307건은 2010년 12월까지 자체 작성한 주민 관리 대장에 없는 사람들이어서 실제 거주 여부가 의심스러운데도 163건을 사실 조사하지 않고 그냥 처리해줬다. 강남구청은 또 2011년 7월 이후 전국적으로 주민등록 일제정리가 총 4회나 실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구룡마을에 대해선 위장전입의 가능성이 높음에도 단 한 차례의 일제 정리를 하지 않았다. 이 결과 구룡마을 전입자 중 상당수가 고급 승용차를 굴리며 다른 곳에서 거액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등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전입자들은 LH공사ㆍSH공사 등에서 제공한 별도의 임대 주택에 거주 중인 사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청 공무원들이 대토지소유자의 불법 농지 취득을 방조한 정황도 드러났다. 강남구청 공무원들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구룡마을 농지를 집중 매입한 대토지소유자 B씨에 대해 '봐주기'로 일관했다. 이들은 B씨가 매입한 7개 필지 2103㎡의 토지가 사실상 농작물 재배가 불가능함에도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다"는 허위 현장 조사 결과를 첨부해 농지취득자격증을 발급해줬다. 또 69개 필지 4만5000㎡의 토지에 대해서는 무허가 건축물이 존치하고 있는 등 불법 형질변경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반려 통지서에 "해당 토지가 농지법상 농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허위 사유를 게재하는 방법으로 취득이 가능하도록 도와줬다. 총 79개 4만7811㎡의 토지가 이같은 방법으로 불법 취득이 이뤄졌다. 강남구는 농지를 구입한 B씨가 농사를 짓지 않고 있어 처분 명령 및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후 해당 농지들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농지이용실태를 조사하지 않는 수법으로 봐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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