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스페인, '무적함대'에서 '종이호랑이'로

스페인 축구대표팀[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디펜딩챔피언 스페인이 체면을 구겼다. 무기력한 연패에 토너먼트 진출이 가장 먼저 무산됐다.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1-5로 진 선수들은 19일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두 번째 경기에서도 칠레에 0-2로 졌다. 남은 호주와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최대의 이변이다. 스페인은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우승 뒤 국제축구연맹(FIFA) 선두를 지켜왔다. 지난해 6월까지 A매치 28경기에서 무패행진(24승 4무)도 자랑했다. 브라질 출신 특급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26·아틀레티코 마드리드)까지 귀화로 가세해 지난 대회의 위용을 재현할 것처럼 보였다.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네덜란드에 대패하더니 칠레와의 경기에서도 무기력을 드러냈다. 초반부터 실수를 연발하더니 전반 20분 후방으로 넘긴 패스가 끊어져 역습에 이은 골을 내줬다. 전반 43분에는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33·레알 마드리드)가 펀칭한 알렉시스 산체스(26·FC 바르셀로나)의 프리킥이 차를레스 아란기스(25·SC 인테르나시오날)의 발 앞에 떨어져 추가 실점했다. 스페인은 후반 만회를 노렸지만 이렇다 할 슛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흐름은 후반 19분 페르난도 토레스(30·첼시 FC)를 투입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디펜딩챔피언의 조별리그 탈락은 1996년 대회의 브라질, 2002년 대회의 프랑스, 2010년 대회의 이탈리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비센테 델 보스케(64) 감독은 “우리는 옳았다. 칠레가 우리보다 더 나았을 뿐”이라며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성기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아직 그런 것을 말할 때는 아니다”라고 했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의 칼럼리스트 세르히오 레빈스키는 몰락의 원인으로 준비 부족을 꼽았다. 그는 “헤수스 나바스(29·맨체스터시티)와 페르난도 요렌테(29·유벤투스)를 포기하면서까지 코스타를 불러들여 공격이 다양성을 잃었다. 코스타는 짧은 패스를 계속 주고받는 ‘티키타카’에 적합한 공격수도 아니다”라고 했다. 중원과 수비에 대해서는 “마지막 라인이 이전처럼 견고하지 않다”고 했다. 레빈스키는 “헤라르드 피케(27·FC 바르셀로나)의 수비는 기대 밑이었고,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25·첼시 FC)는 존재감이 없었다. 중앙에서의 공수 조율이 탁월한 다비드 실바(28·맨체스터시티)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0·FC 바르셀로나)도 사이드에 배치돼 제 기량을 펼칠 수 없었다”고 했다. 경기 지배력을 잃은 스페인은 ‘종이호랑이’였다. 수비진은 네덜란드와 칠레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 공격은 측면을 잊은 듯했다. 중원에서의 날카로운 패스까지 사라져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흔들리는 선수단에 보스케 감독은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스포츠레저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