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단상]한국 서비스업이 아마존에서 배울 점

김무한 한국무역협회 전무

서비스 산업이 요 근래 화두이다. 혹자는 가격을 '소비자가 경험하는 긍정적 감정의 총합'이라 칭했는데 물리적 특성을 지닌 제품만으로는 상향평준화된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힘든 세상이 도래해 서비스의 존재가 점차 부각되는 것 같다. 서비스 산업은 우리나라 고용의 73.3%, 국내총생산(GDP)의 59.5%를 차지하고 있는데, 선진국처럼 '경제의 서비스화'가 진전되면 서비스 산업의 경제적 비중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은 노동 생산성을 기준으로 선진국의 50%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선 여러 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미국의 아마존을 통해 답을 얻고자 한다.  미국의 대표적 유통기업인 아마존은 서점으로 창업해 다양한 제품을 현재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기업의 업(業)만 본다면 평범한 유통 서비스 기업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통을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달리하면 서비스 산업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몇 번이나 뒤집을 수 있는 기업이다.  아마존은 과거 구매 기록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다음 주문을 위한 배송을 준비한다. 아마존은 1400여개의 로봇을 물류 창고에 배치해 연간 최대 96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 배송의 신속성을 위해 드론이라 불리는 무인 비행기까지 시험 중이다.  아마존은 유통기업이지만 정보기술(IT)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서비스 기업으로서 2013년 매출액은 2000년 대비 27배, 고용은 같은 기간 13배나 증가했다. 그렇다면 아마존의 역량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고민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IT, 로봇, 빅데이터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 투자가 그 원천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서비스 기업의 투자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논하기엔 너무나 저조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총 연구개발(R&D) 투자 중 서비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8.9%에 불과했다. 이는 비교 가능한 OECD 24개국 중 최하위로 2000년의 10.7%보다 더 하락한 수치이다.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만큼이나 중요한 산업이다. 국가 관점에서 본다면 서비스업은 성장 동력 확보, 고용 부진 등 굵직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며, 기업 경쟁력 관점에서는 시장조사, 디자인, 설계, 컨설팅, 금융 등 다양한 형태로 타 산업, 특히 제조업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파급력이 높은 산업이다. 또한 창조경제 대표적인 모델들이 대부분 서비스 산업이라는 점도 왜 세계 각국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지 잘 설명해준다.  최근 정부는 제조업에 치중된 경제체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들어 보건, 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 서비스업을 지정하는 한편 부처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한 규제완화와 투자 촉진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 중이다. 무역협회도 유관기관 및 업계들과 함께 서비스산업 KITA CEO 포럼을 구성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서비스 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규제 개선 및 정책 건의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기관의 지원에 앞서, 기업 스스로의 혁신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정부는 서비스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을 만들어야 하며, 기업들은 좁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내수화'시키겠다는 결전의 각오로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의 운명을 거부하고 아마존같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많아진다면 서비스 산업은 분명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할 것이다. 김무한 한국무역협회 전무<ⓒ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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