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간 지역 케이블TV 토론에 임하면서 느낀 심리적 고통 소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유종필 새정치민주연합 관악구청장 후보의 네번째 일기 'TV토론을 앞두고 오랜만에 긴장감을 느낌니다'가 공개됐다.26일 오전 지역 TV에서 후보자간 토론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긴장감이 든 모양이다.
유종필 관악구청장 후보
그는 여의도에 있을 때(민주당 대변인 시절)당을 대표해서 TV토론에 수없이 출연했고 후보간 토론도 두차례 나간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후보에 비하면 백전노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안도하면서 시작했다.게다가 4년의 구정 경험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아침부터 긴장감이 엄습해온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유 후보는 "그렇다면 다른 후보들은 어떤 심정일까, 나보다 더 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위를 했다"고 했다.그는 "토론 준비는 오후에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오전 일정을 소화했다. 오후에 사무실에 들어가서 자료를 정리하는데 오늘 따라 찾아오는 손님이 더 많아서 도저히 정신이 집중되지 않았다. ‘에이, 대충 준비하고 나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목에서 17년 전 일이 머리를 스쳤다"고 토로했다.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0명 쯤 되는 잠룡들이 꿈틀대던 시절. 한 방송사와 신문사가 공동으로 대권 잠룡 초청 개별토론회의 포문을 열었다. 나는 김대중 후보의 토론 때 현장에서 방청했다. 경륜과 해박한 지식을 충분히 과시했다. 첫 토론인 만큼 많은 준비가 있었음은 물론이다.재미있는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주최측 기자에게서 들은 이야기. 당시 여당의 잠룡 중 한 사람 차례가 됐다. 후보가 생방송 시간에 막 임박하여 나타나는 바람에 주최측이 애를 태웠는데 후보의 얼굴이 푸석푸석하고 살짝 술냄새까지 났다는 것이다.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것이 분명해보였다. 기자가 물었다. “준비 많이 하셨습니까?” 후보의 대답이 엉뚱했다. “준비는 뭘? 평소실력으로 하지 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거기까지는 그렇다치고, 막상 토론이 시작되자 그 후보의 ‘평소실력’이라는 것이 형편없었다. TV 화면에 비친 눈동자에서 술기운까지 엿보였다. 그 후보는 그 날로 잠룡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자세와 태도가 당내에서 문제가 되어 더 이상 대권 운운할 수가 없게 된 것. 당내 인사들과 기자들은 “천하의 김대중 같은 사람도 몇날몇일을 준비해서 나오는데, 다른 분야에 있다 정치는 초보자인 사람이 준비는 커녕 밤새 술이나 마시고 나오다니”라며 혀를 끌끌 찼다고 한다.그는 "나는 무슨 일을 하다 나태한 생각이 들 때마다 이 일을 떠올리곤 한다. 오늘도 토론 준비를 하기 싫어졌다가 이 일을 상기시키면서 나 자신을 채찍질했다"면고 회고했다. 토론 준비는 참 힘이들었다. 차라리 다리가 시큰거릴 정도로 돌아다니며 인사하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후보자 토론에 임하는 후보로서의 고통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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