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배우 이선균이 영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로 돌아왔다. 뜻하지 못한 사고로 인해 엄청난 일을 겪게 되는 고건수를 연기한 그는 액션, 코믹, 스릴까지 담당하며 기대 이상의 몫을 해냈다. 작품은 올해 칸 영화제 감독 주간 섹션에도 초대됐다. 이로써 이선균은 칸, 베니스, 베를린 3대 영화제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 배우로 등극했다. 앞서 그는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로 2010년 제6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으로 2012년 제6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끝까지 간다’는 어머니의 장례식 날, 급한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향하던 형사 고건수(이선균 분)가 실수로 사람을 치게 되고 그 사건을 목격한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 분)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연기의 포인트? “폼 잡지 말자”절체절명의 위기, 심각하고 진지한 상황 속에서 예상 밖의 일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면서 웃음이 빵빵 터진다. 그야말로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 이어진다. 그 중심엔 이선균이 있다. 지금껏 이렇게 웃긴 이선균은 본 적이 없을 정도다.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난 이선균은 “책을 볼 때 한 번에 잘 읽혔고 재밌었다. 무엇보다 시신보관실 장면이 재밌었다. 긴장도 됐고 그 안에 웃음 장치들이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어서 좋았다”며 “구성과 전개가 참신했고, 잘 풀어나가면 독특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작품 참여 의도를 밝혔다.
이선균
그가 처음부터 원했던 건 ‘장르 영화지만 개연성 있게 풀어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감독과 “폼 잡지 말자”고 의기투합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사실감 있게 풀어나가는 것. 그게 가장 큰 숙제였다.결론적으로 이선균은 숙제를 잘 풀어냈다. 부담감도 많이 느꼈지만 끝내고 난 뒤에 많은 이들의 호평이 따르자, 기분은 좋다. 하지만 영화를 평가하는 건 관객들의 몫인 만큼 긴장감은 여전하다.“이번 영화에선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요. 90% 등장을 하는데다, 중반부까지 혼자 많이 끌고 가야 했죠. 책임감도 많이 느꼈고 동기부여가 됐어요. 요즘 멀티캐스팅이 유행처럼 번지는데 잘못하면 리스크가 크니 걱정도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타영화보다 관심도가 적을 수밖에 없고, 주연배우로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예요.”▲절박한 상황 속에 피어나는 웃음열심히 촬영을 했지만, 칸 영화제에 진출할 것은 예상치 못했다. 이선균은 “칸에 출품한다고 해서 황당했고 선정됐단 얘기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기분 좋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극중 고건수는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갖은 시도를 한다. 완전한 선인도 악인도 아닌 그는 관객들의 동정심을 자극하고 혀를 끌끌 차게 만든다. 특히 시체보관실 장면은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인상적인 신으로 탄생했다.“혼자서 1인극을 해야 했던 만큼 부담이 됐죠. ‘2% 부족한 맥가이버’처럼 하고 싶었어요. 제가 어릴 적에 맥가이버를 좋아했거든요. (맥가이버는) 여유 있게 주어진 환경에서 도구로 상황을 헤쳐 나가잖아요. 그런데 전 여유부릴 시간이 없고 그만큼 절박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절박함이 웃겼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죠.”
이선균
관객들에게 좀 더 사실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이선균은 모든 연기를 직접 했다. 하는 척, 아픈 척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아파야 하는 상황에서는 몸을 내던져 아픈 상황을 만들었다. 관에 박힌 못을 빼내거나 팔꿈치고 다시 박는 장면도 실제로 했다. 시체를 잡아당기는 장면에서도 정말 무거웠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끌었다. “고통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끈으로 못을 빼는 것도 생각지 못한 상황이 나오더라고요. 진짜 못이 샴페인 뚜껑처럼 퐁 올라가요.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컷’ 할 때마다 다들 웃고 뚜껑 찾느라 뛰어다니고 그랬죠. 상황이 겹겹이 쌓이다 보니까 정말 재밌었어요.”▲육체적 고통? 대본 볼 때 이미 아팠다이번 작품은 제목처럼 ‘끝까지 가는’ 영화이다 보니, 배우들의 강렬한 액션 연기를 필요로 했다. 이선균과 조진웅을 몸을 내던져 연기했고, 실제로 부상도 당할 만큼 열연했다. 하지만 이선균은 “힘들었지만 예상했던 일이기에 괜찮다”고 말했다. “육체적으로 당연히 힘들죠. 멍도 들고 머리에 혹 나고 피로골절이라고 갈비에 금도 갔어요. 그런데 대본에 있던 거니까 미리 충분히 각오하고 찍었어요. 대본상으로도 너무 아프게 표현이 돼있었어요. 알고 뛰어든 거니 열심히 찍었죠. 만약 대본에 싸운다고만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했을 거예요. 대본을 보는 데도 아프더라니까요. 하하.”그는 아프고 힘들지만 즐거운 촬영이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조진웅과의 호흡이 너무 좋았고, 마지막 회차 4일을 전력질주하면서 더욱 끈끈해졌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단체사진 찍는데 찡하더라”며 코를 찡그리고 웃던 이선균. 그에게서 영화를 향한 ‘무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끝까지 간다’는 오는 29일 개봉된다.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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