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체질 개선 성과에 자신감
이재영 LH사장
'판매목표 관리제' 성과…실적 30% 늘어연평균 부채증가액 5분의 1 수준으로 '뚝'행복주택 신규 후보지는 지구 맞춤형으로[대담=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지난해 6월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을 때였다. 정부가 공기업 개혁의지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최대규모의 부채를 쌓은 대표주자로 지적을 받는 차였다. 이때 이재영 사장이 CEO로 임명됐다. 이 사장은 '위기가 기회'라는 경구를 실현시키려고 독하게 마음먹었다. 이제 취임한지 11개월.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당장 올 1분기 판매실적 4조원을 넘기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분기 판매한 실적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돌마로 LH 정자사옥에서 만난 이 사장이 자신에 찬 목소리로 "올해 금융부채 절대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이유다.◆취임 약 1년…체질 개선에 진력= 이 사장은 LH에 오고나서 세 번의 계절을 겪었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새 없이 정신없이 바삐 지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더니 "공공기관 개혁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LH가 가야할 길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되뇌었다. 이 사장은 "나름대로 경영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와 개혁을 시도했고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도 나고 있다"고 했다. 그가 가리킨 나름의 성과는 지역본부장과 경영계약을 맺고 목표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판매목표관리제'다. 판매성과를 극대화해 부채를 털어내겠다는 의도인데 효과가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22조1000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1년 전에 비해서는 30% 늘었고 목표 대비 108%에 해당한다. 올 1분기 출발도 좋다. 3월까지 판매실적은 4조1000억원으로 작년 1분기(2조2000억원)의 두 배 가까이 된다. 당초 목표로 했던 2조4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이 사장은 "부동산 경기가 조금 풀린 효과도 있겠지만 목표를 달성하도록 한 이후 판매실적이 개선됐다"면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금융부채 절대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LH가 재무개선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부채 142조4000억원 가운데 이자를 내야하는 금융부채는 105조7000억원이나 된다. 이 사장도 취임 이후 금융부채를 줄이고자 전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해 금융부채 증가액은 1조8000억원으로 2009~2012년 연평균 부채 증가액(10조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사장은 "사업방식을 다각화해 자체 사업비 투입 규모를 3조원 정도로 줄이고 대금회수를 극대화하면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고 자신했다. "'자라나는 손톱'을 깎아내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체질을 바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제출한 감축안보다 더 줄이려고 한다"고도 했다.◆부채, 정부 가이드라인보다 더 줄인다= LH가 정부에 제출한 부채감축계획은 2017년 부채 규모를 143조원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수립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대비 20조원, 정부의 가이드라인 대비 12조원을 추가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장ㆍ수요 중심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사업비의 20% 이상을 민간자본을 활용하는 사업방식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민간과 상생하는 동시에 경쟁하는 사업구조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공공임대 리츠가 일례다. 공공임대 리츠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부채 증가 없이 10년 공공임대 주택을 건설 또는 임대하는 제도다. 주택가격이 연평균 1.5% 상승하면 출자수익률 5% 이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가 표준화된다. 다만 사업초기 LH와 국민주택기금에서 출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은 "10년 동안 최소 5%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이라 과다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향후 공공임대 리츠의 출자수익 구조가 일반화되면 민간ㆍ공공 공동출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공공-민간 공동으로 택지 또는 주택을 개발하거나 공사비를 토지비로 상계하는 대행개발 등도 있다. 특히 대행개발은 현재까지 고양향동 등 7개 지구에서 민간이 참여하기로 했다. LH는 공사비 476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그는 "LH단독으로 사업을 하던 방식에서 민간과 협업하는 방식도 전격 도입했다"면서 "LH는 부채증가 없이 행복주택, 주거복지 등 정책사업 수행에 집중하고 침체된 민간 건설부문에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팔 수 있는 모든 자산도 내다판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산 매각도 골칫거리다. 지난해 말 기준 미매각 자산은 31조7000억원이었으나 올 3월 29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이 사장의 전략대로 판매목표관리제 강화, 대행개발ㆍ리츠 활용 등 판매방식을 다각화한 영향이다. 덩치가 큰 본사사옥 등 10개 사옥(8000억원)은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필연적인 불어나는 부채…앞으로는= LH가 아무리 부채를 줄이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부채도 있다. 정부 요구대로 매년 임대주택 5만가구를 착공하면 5조원 가량의 부채가 늘어난다. 사업구조 자체가 채권 등으로 투자를 하고 투자금을 분양대금으로 회수하는 식이라서 그렇다. 일반적으로 택지 등 개발사업은 자금 회수까지 12년, 임대주택은 36년 이상 걸린다. 이 사장이 "최소한 5조원은 부채로 안고가는 구조라 이보다 부채를 더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매년 운영손실이 나는데 정부의 재정지원은 한계가 있고 임대료 인상도 간단치 않다. 이 사장은 "정부의 예산구조로 볼 때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적자를 보전해줄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부채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활용 같은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LH는 올해 '행복주택'이라는 굵직한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 행복주택은 공공 부지 등을 활용해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에게 일부 우선 공급된다. 그동안 지역의견 수렴 없이 지구지정이 이뤄진 탓에 일부 시범지구에서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신규 후보지는 지구 맞춤형으로 개발하는 한편 행복주택에 들어갈 젊은층의 사회활동으로 주변 상권 등에 활력이 생기는 등 구도심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행복주택 대상 부지도 공공용지 뿐만 아니라 도시재생용지, 공기업 보유토지 등으로 확대됐다. 이 사장은 "행복주택으로 인한 효과가 점차 널리 알려져 행복주택에 대해 찬성하는 주민들이 나오는 등 긍정적인 기조로 바뀌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대담=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asiae.co.kr정리=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사진= 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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