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 대통령 사과에 '우리는 수용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5000만 국민이 있는데 박 대통령의 국민은 국무위원뿐인가.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 경호원에 둘러싸여 분향소를 한번 둘러보고 떠난 것은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다."(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14일 만에 이번 사고에 대해 사과했지만 많은 국민들은 진정한 사과라고 보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이번 사과의 방식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직장인 정상준(41) 씨는 "전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분노를 남겼는데, 대통령이 책상에 앉아 등 떠밀리듯 사과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라며 "다만 유가족들에게 만이라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대학생 조인호(23) 씨는 "이번 세월호 관련 사건에서 누군가 나서서 책임지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내 책임이 아니라 공무원들 탓'이라고 하는 모습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과할 타이밍을 재지 않고, 유족들과 자주 스킨십을 가졌더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 "대통령의 형식적인 사과로, 이 문제가 덮어질까 두렵다. 남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단 한명의 생존자를 구출하지 못한 무능력이 적폐일 뿐 잘못이 없다는 대통령 사과가 더 분노케한다", "유족들 앞에서 수첩들고 메모할 필요 없다. 마음으로 기억하고 진심으로 행동하라" 등 정부의 태도를 비난하는 글들도 실시간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의 사과가 국민들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 대해서까지 "민심을 읽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야당 대표라면 국민의 편에 서지는 못해도, 적어도 세월호 유가족의 편에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들은 "유족들도 사과가 아니라는데 그게 사과로 보였다니 당황스럽다", "대통령의 사과도, 야당다운 야당도 없는 대한민국"이라고 비판했다. 유족들의 마음에도 더 큰 불신과 분노만 남겨놓았다. 이날 오후 유가족 대책회의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공개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실천과 실행도 없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유가족들이 아닌 국무회의 자리에서 사과한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안산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 분향소을 찾은 자리에서 유족들을 만났을 때는 사과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숙여 명복을 빕니다"라고 조의록을 쓰는 도중에 유족 한 명이 "대통령이 왔으면 가족들을 만나야 할 거 아니냐"고 외치기도 했다. 현재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는 분향소 밖으로 치워진 상태다. 유족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사과 한마디 안할 수가 있냐"며 고함을 지르며, "조화를 치우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 강병규 안정행정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강창의 국회의장이 보낸 조화도 똑같은 신세가 됐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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