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 중동시장 공략법은?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중동지역 국가에 수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문제로 고민에 빠진 주요 선진국들이 교역에서 '지는해'라면, 30대 이하 인구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은 '뜨는해'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은 최근 정보기술(IT), 레저, 교육, 의료 분야에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우리가 공략만 잘하면 제 2의 '중동붐'이 일 수도 있다. 현재 중동은 중국, 유럽, 미국, 일본에 이어 국내 수출 규모 5위에 올라있다.그러나, 교역에 있어서 해당 국가의 문화적 습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 있다. 아랍 22개 국가에는 유목민의 가부장적 권위주의, 이슬람 색채, 유흥에 개방적인 문화 등이 공존하기 때문에 각 국가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 전략이 필요하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6일 성공적인 '아랍비즈니스'를 위한 3대 키워드를 제시했다. '와스타 문화', '낙타모드 비즈니스', '서면화' 등이다.'와스타'는 아랍어로 '인맥', '친밀도'를 뜻한다. 그들이 온라인, 디지털보다 오프라인, 아날로그 인맥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신문 등 매체를 통해 접하는 정보보다, 직접 듣는 정보를 귀하게 여긴다. 이런 '대면' 스킨십은 때론 절차를 무시하기도 한다. 아랍인들은 대인 신뢰가 확실하면 불필요한 서류나, 현장 실사 없이도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철저한 인맥, 가족 중심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중동국가 업체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형제를 의미하는 브라더스(Brother's)가 유독 많다. 요르단의 최대 초콜릿 가게 이름은 잘티모 브라더스(Zaltimo Brother's)다. 또 한번 맺어진 파트너십은 오래 유지된다는 특징도 있다. 단, 한번 틀어지면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이런 점들은 우리가 아랍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아랍인들에게는 첫 만남 1분간의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 1분 안에 협상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랍어로 인사말을 숙지했다가 건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한국 고유의 전통 기념품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 아랍에서는 선물을 받으면 꼭 되갚는 관습이 있다. 더불어 이슬람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기 때문에,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 내용으로 대화를 이끌면 호감을 줄 수 있다. 단, 종교나 테러 등 민감한 얘기는 금물이다. 팔레스타인과 친숙한 요르단에서 이스라엘 얘기를 꺼내서도 안 된다. 또 고개를 숙이는 한국식 인사법은 글로벌화가 상당히 진행돼 해외 문화에 익숙한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를 제외한 국가에서는 거부감을 줄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이슬람인들에게는 유일신인 알라에게만 고개를 숙이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낙타모드 비즈니스'는 "내일 할 일은 내일 하자"는 주의다. 아랍인들에겐 인내와 기다림이 미덕으로 통한다. '빨리빨리' 문화가 익숙한 우리에게 답답하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아랍인들은 미팅시간, 납품기일 뿐만 아니라 간단한 약속조차 쉽게 어기도 한다. 그렇다고 우리까지 느긋함을 보였다간 낭패를 본다. 한발 먼저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그들의 마음을 살 수 있다. 여유롭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는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인샬라'라는 그들 인사의 의미가 "신의 뜻이라면"이라는 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신의 뜻이라면 100% 가능하고, 완벽하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서면화'는 아랍인들의 꼼꼼함을 보여주는 키워드다. 그들의 말은 늘 달콤하다. 대면했을 때 남을 지적하는 일이 거의 없다. 말로는 다 된다. 그러나 뒤에서는 철저하다. 구두로 협상을 타결 했더라도 구체적인 사항이나 여러가지 부대 조건은 반드시 문서화해야 한다. 전화나 대화로 주고 받은 내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메일이나 팩스를 통해 동의를 구해야 한다. 문서화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선 일절 양보가 없기 때문이다. 자칫 국내 계약에서처럼 세부 사항에 대해 '추후계약'하려 했다가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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