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강남애들이라면 이랬겠나' 분향소의 절규

[안산=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강남애들이라면 이랬겠냐! 서민들 마음을 알어?”23일 오후 2시 경기도교육청과 안산시청 주최로 안산 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차려진 임시 합동분향소 입구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분향소 입구에서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을 대신해 상주 역할을 하던 단원고 학부모운영위원회 자원봉사자들이 ‘정부가 도대체 뭘 해줬냐“고 소리지르기 시작했다.조문을 온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방명록을 작성하는 동안 기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사진을 찍은 것이 계기가 됐다. “사진 찍지마! (당신들은) 구경꾼들이야? 애들이 TV 보면서 배울 게 뭐가 있어” 화가 난 학부모 A씨는 방명록을 집어던지며 울부짖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팽목)항에 가봐라. 유가족들이 비닐 치고 있어”, “비닐을 깔고 땅바닥에 있다고!”라며 방명록이 놓여있던 테이블보를 잡아끌어 내동댕이쳤다. 소란이 30분 가까이 이어졌지만 주변에 있던 주최 측 관계자 누구도 이들을 말리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울며불며 소리쳤다. "정부가 해준 게 뭐가 있어? 애들 구하길 했어, 대체 뭘했어? 강남에 있는 학생이 빠졌으면 이렇게 했겠어? 부자님들이 서민들 마음을 아냐고…" 조금 진정이 되고나자 A씨는 전날 '사진 찍을 때 지저분하게 나올 수 있으니 부스를 치워달라'고 주최 측이 전화를 걸어왔다며 "말이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날 학부모 운영위원회가 분향소 입구에 부스를 설치하고 나서 저녁 7시에 회의하고 오니 부스가 없어져 다시 설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정부가 알아서 해주겠지'하고 그동안 참고 참았다. 크게 말하지 않고 가만있으면 바보가 되는 것 같다"며 희생자 학부모들이 힘없는 서민으로서 느끼는 비참함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산시청 관계자는 “부스를 치워달라고 한 사실이 없다”며 “분향소 운영 등 모든 진행을 전적으로 희생자 가족의 의견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입구 앞 부스 정가운데 운영위원회가 유가족을 위한 ‘모금함’을 설치했으나 주최 측이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 그 자리에 ‘방명록’을 설치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 학부모들이 국회의원 등 유명인들의 방문을 중요시하고 자신들은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희생자 가족 중 당장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 30곳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모가 사고현장인 진도로 내려가면서 혼자 집에 남겨졌거나 조부모 또는 이웃에 맡겨진 단원고 학생의 형제·자매 등이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이들을 위해 돌봄·가사·심리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단원고 학부모 C씨는 “엄마나 아빠가 없는 애들도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단원고 2학년생 중에는 편부모 가정 자녀가 20여명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여성가족부에 “안산고 2학년 한부모 가정의 아이가 사망할 경우에 ‘한부모 가정 수급대상자’ 탈락을 유예해달라”는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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