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유있는 원화 강세, 유연한 대처를

원화값이 연일 급등하며 달러당 환율이 1030원대로 주저앉았다. 오늘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035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어제 환율이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14일(종가 1039.8원) 이후 5년8개월 만에 최저치인 1041.4원을 기록한 데 이어 다시 1040원 벽을 뚫은 것이다. 원화 강세에도 증권시장 주가가 오르는 등 금융시장은 비교적 여유 있는 흐름을 보였다. 예상했던 추세적 현상으로 시장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 경제의 체질이 전보다 단단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관건은 원화 강세의 속도와 폭이다.  원화값의 급등에는 나라 안팎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글로벌 달러화 약세 현상이 주요인의 하나다. 일본 중앙은행이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추가 경기부양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결과다. 한국 경제의 체력이 좋아진 것이 보다 직접적이며 근본적인 이유다. 경상수지는 24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데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까지 몰려오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달러가 넘치며 원화값이 뛰고 있는 것이다.  환율 하락세에도 정부와 시장은 전처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과거 '환율 하락=수출 타격=경제 충격'으로 인식될 만큼 환율은 가장 예민한 경제 변수였다. 최근 들어 그 같은 시각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에서 수출에 미치는 환율의 영향이 줄었다고 평가할 정도다.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의 상관관계만 해도 그렇다. 두 나라 기업 모두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진 데다 수출 경합상품도 전보다 줄었다.  경제 환경이 달라진 만큼 환율변동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요구된다. 환율 하락은 수입 원자재 가격을 낮춰 제품 생산원가를 줄이고 수입품의 소비자가격을 떨어뜨린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와 더불어 환율 하락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중소 수출업체 등 환율에 취약한 분야를 잊어서는 안 된다. 체력이 좋아졌다 해도 과도한 환율의 출렁임은 경제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 위엔화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환율이 가진 양날의 칼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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