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집의 경제학⑩]'사면초가' 대규모 택지개발

수도권 이미 '주택 인플레'…땅 닦아 어쩌려고요?

-2기 신도시 개발 안 끝났는데 또 다른 대책-공기업 부채 줄이기에 사업 제자리걸음-자족기능 강화하고 수요자 동향 고려해야[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수도권 곳곳의 택지개발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짓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단기간에 주택을 공급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통하던 택지개발사업이 이제는 '계륵' 신세가 된 셈이다. 공기업 부채감축이 '지상명령'이 된 지금은 토지보상마저 소극적으로 전환돼 몇년째 지정 후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업도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됐다.1기 신도시를 개발할 때만 해도 택지개발은 '요술방망이'였다. 주택을 대규모로 신속하게 공급하면서 토지활용도를 높이고 내수를 살리는 기폭제였다. 올해로 입주 22년을 맞은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은 1980년대 후반 추진돼 6~7년만에 도시의 모습을 완성하고 수많은 도시민들을 수용했다.2000년대 초반 10개의 2기 신도시 개발사업도 부족한 서울 도심의 주택문제를 해소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했다. 성남판교와 화성동탄은 서울강남지역의 주택수요 대체와 기능을 분담하고 김포한강, 파주운정, 인천검단신도시는 서울 강서ㆍ강북지역의 주택수요와 성장거점기능을 분담했다. 광교신도시는 수도권 남주의 첨단ㆍ행정기능을, 양주(옥정ㆍ화천) 및 고덕국제화계획지구는 각각 경기북부 및 남부의 안정적 택지공급과 거점기능의 역할을 부여받아 건설이 추진됐다.이렇게 1~2기 신도시를 통틀어 보면 분당의 39개 수준인 총 762㎢의 토지를 개발했다. 개발이 추진되는 동안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서 2013년 말 102.9%에 도달했다. 오는 2022년에는 선진국 수준에 거의 근접한 10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주택공급이 가구수를 초과한 후 수요자들의 주택에 대한 의식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주택공급을 꾸준히 해 나가되 품질과 관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2기 신도시 개발이 채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난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한 보금자리주택은 택지개발 정책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접근한 방식이 택지지구 지정방식을 통한 대규모 아파트 건설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2009년 1차부터 2012년 6차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보금자리지구를 21곳이나 지정했다. 여기에 국민임대주택지구를 보금자리지구로 전환한 곳도 32곳에 이른다. 신규 보금자리지구의 경우 14곳만이 개발에 착수됐고 나머지 7곳은 보상조차 하지 못한 채 지구지정만 돼 있는 상태다. 4년간 겨우 1만가구가 준공됐다. 계획 대비 착공비율은 13.58%, 준공비율은 1.68%에 불과했다. 이처럼 새로운 대규모 택지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 먹히지 않게 되자 정부는 정부는 출구전략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택지지구 지정을 해제해 미분양 주택을 양산하거나 택지개발 공공주체의 출혈을 막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 2지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토부는 지난해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인천 검단2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취소안'을 확정했다.규모를 축소하는 곳들도 있다. 지난해 7월 광명시흥, 하남감북 등의 지구면적을 축소, 총 2만9000가구를 감축하기로 했다. 이것이 끝은 아니다. 추가로 지구를 해제하거나 축소할 곳들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정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택공급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주택이 크게 부족해 대규모 택지개발 방식을 택했고 이를 통해 주택보급률을 끌어올렸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과잉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인만큼 도심 등을 활용해 수요자 입장에서 소규모 다품종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그럼에도 모든 택지개발사업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만희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은 "기존에 벌여놓은 사업들은 수요자들의 동향을 살피면서 기본 범위내에서 계획을 약간씩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자족기능을 많이 넣되 서울과 신도시간의 역할분담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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