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취임 후 첫 유럽 순방에서 유럽 정상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시 주석의 공식적인 유럽 순방 목적은 교역 증진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중국이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핵안보 정상회의 참석차 22일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한 시 주석은 사흘간 머무른 후 프랑스로 넘어가 2박 3일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28일 독일을 방문해 또 사흘간 머무른 후 벨기에로 이동할 예정이다.중국은 유럽 순방 목적에 맞춰 방문국에 '통 큰' 돈 보따리를 풀고 있다. 중국은 프랑스와 180억유로(약 26조7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50개 계약에 사인했고 앞으로 사흘간의 독일 방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 협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아직까지 유럽의 기대대로 외교적으로 러시아를 압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 주석은 프랑스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의 외교 정책 노선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잠에서 깨어나면 세계의 평화가 깨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잠자는 사자를 깨우지 말라'고 경고했던 나폴레옹의 말을 인용하며 "오늘, 잠자는 사자가 깨어났다. 그런데 그 사자는 평화적이고 멋지며 고상하다"고 말했다.WSJ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어떠한 내정 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중국이 이번 순방에서 유럽 정상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서방국-러시아 갈등에서 서방국의 편에 설 수도, 그렇다고 러시아 편에 설 수도 없는 입장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의 거대 교역 파트너이자 해외 투자 핵심 지역이다. 중국 국유기업들은 글로벌화의 가장 중요한 단계로 경제가 회복 국면에 있는 서방국 진출을 본격화 하고 있다.그렇다고 이웃국가로서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러시아를 등질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군(軍)무기의 주요 공급원이자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대해 함께 거부권을 행사했던 든든한 외교 정책 동반자였다. 중국은 러시아를 서방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을 수 있는 '방패'로도 생각하고 있다.독일국제안보연구소(GIISA)의 구드런 왜커 중국 정책 전문가는 "중국은 (유럽 순방 기간) 중도노선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말했다.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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