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토토에 빠진 고딩들

-인터넷 접속 경로 넘쳐나...유명카페서 아이디와 인증번호 알려줘-몇몇 스포츠감독에 대한 승부조작 의혹도 제기돼[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1 "PC방 가서 '개꿀(토토에서 승무패를 맞췄을 때 쓰는 용어)' 이라고 하는 애들 보면 돼요. (반에)3~4명은 하고 있어요"지난 17일 수업이 끝난 서울 강북 모 고등학교 앞. 공성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결과로 사설 토토를 하는 친구들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모군은 이 같이 말했다. 혹시나 해서 다른 학생에게 묻자 "롤 토토는 잘 모르겠고 스타로는 (사설 토토를)몇몇이 한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모군은 "지난해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의 약칭)이후부터 롤 토토 인기가 올라갔다"며 "애들이 스마트폰으로 적게는 3~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돈을 걸곤 한다"고 말했다. 강동희 전 농구감독의 승부조작 사건, 연예인 불법도박 사건 이후 잠잠한 듯 보였던 불법 사설 토토가 다시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천민기라는 롤 프로게이머가 승부조작 의혹을 제기한 뒤 자살을 기도하면서 잠잠했던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클릭 몇 번으로 불법 토토를 접속할 수 있는 경로가 넘쳐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몇몇 스포츠 감독의 수상한 플레이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도로 불법 토토 전성시대인 셈이다. 얼마나 절차가 간단하길래 고등학생조차 불법도박을 할 수 있는 걸까. 앞서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설 토토 경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며칠간 사설 토토 사이트를 직접 찾아본 결과 몇 시간이면 간단한 인증을 통해 베팅을 할 수 있었다.

▲인터넷 포털 까페를 통해 사설 토토 사이트를 문의하자 시간을 두고 관련 쪽지들이 왔다.

◆"문자 통해 오는 곳들은 대부분 '먹튀'…진짜 운영되는 사이트는 따로 있어=불법토토 사이트들은 유명 포털 까페를 통해 유통되고 있었다. 까페의 스포츠의 승패를 분석하고 점치는 전문가들에게 사이트를 알려달라고 하면 몇몇 믿을 수 있는 사이트와 인증번호·추천인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몇몇 전문가에게 아이디와 인증번호를 추천받아 가입을 하자 몇 분 뒤 국제전화로 가입을 확인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속 남자는 "규정 보시면 등급별로 베팅금액이 다르니 확인을 해야 한다"며 "5일 내로 베팅 안하시면 아이디가 잘리니 베팅을 부탁한다"고 규정을 설명했다. 까페를 가입하고 몇 시간 내 불법베팅 준비가 끝이난 것이다.문자로 오는 사이트들은 대부분 '먹튀' 사이트였다. 신고 당하기 전 베팅금만 챙겨 달아나기 위해 사이트를 개설한 것이다. 10일 내 온 스팸 문자 5통에 있는 사이트를 접속해보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로 모두 폐쇄돼 있었다.

▲불법사설 토토 사이트.

◆베팅금액은 1만원부터 몇백만원까지 천차만별…많이 따면 '먹튀'하기도=우여곡절끝에 사이트에 접속하니 해외 NBA부터 국내 축구·농구, 스타크래프트까지 여러 스포츠 경기를 두고 도박이 진행되고 있었다. 단순한 경기결과에서부터 첫득점(첫 득점을 하는 팀에게 돈을 거는 것), 첫 3점슛까지 베팅 내용도 다양했다. 공지사항에는 계좌에 입금을 한 뒤 사이트에서 '머니충전'을 신청하라고 나와 있었다. 관련자들에 따르면 이같은 사설 토토 한 판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돈이 오간다고 한다.많은 판돈이 오가다 보니 사설토토를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먹는 '모집인'도 있었다. 스포츠 토토 까페를 가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150명 정도되는 단체 카톡방에서 정보를 공유한다는 쪽지가 왔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놀이터(사설 토토 사이트를 부르는 말)'를 소개해주고 베팅금의 일부를 받는 모집인들이다. 모집인이 필요한 이유는 신뢰할 수 없는 먹튀 사이트가 많기 때문이다. 한 사설토토 경험자는 "어차피 불법이라 신고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아이디를 정지하는 사이트들이 많다"고 말했다.◆"'천민기 사건' 터질 일이 터진 것"…몇몇 감독들도 이름 오르내려=이 같이 불법 사이트들이 판을 치는 만큼 승부 조작의 유혹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앞서 자살을 시도한 천민기씨는 자신이 속했던 아마추어 팀이 스포츠토토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었으며 일부러 지는 등 승부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이미 관련업계에서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다양한 팀이 리그에 참가하는 만큼 승부조작이 없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몇몇 감독을 대상으로 승부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사설 토토 관계자는 "농구엔 'X토토(감독의 성에 토토를 붙여 승부조작을 일삼는 행태를 비꼬는 말)'야구엔 X토토라는 말이 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다양한 베팅 방식만큼 다양한 승부조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불법 사설 토토 운영자들이 계좌 하나당 사이트를 여러개 만들어놔 차단을 해도 또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연중 상시 단속과 해마다 진행되는 집중 단속을 통해 사설 토토를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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