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외국 국적이면 대통령 출마 못해…개헌 과정 지지부진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아웅산 수치 여사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미얀마 헌법이 개정돼야 하지만, 이와 관련해 집권 여당 의원들이 중심이 된 여론 수렴 과정이 늘어지고 있다. 설령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더라도 집권 여당이 80%를 점유한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최근 영국의 정치ㆍ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여론을 모으는 절차와 현재 의석 배분을 들어 개헌이 가까운 시기에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권 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PD) 의원들이 주도하는 여론 수렴 위원회는 몇 개월 심의를 거쳐 지난 1월 말 미얀마인 대다수는 개헌에 반대한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야당은 UNDP 의원들이 유권자들의 서명을 동원한 결과라며 반발했다. 미얀마 헌법은 외국인 배우자나 외국 국적인 자녀를 둔 국민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한다. 수치 여사는 별세한 영국인 학자 마이클 아리스와 결혼해 영국 국적의 아들 둘을 두고 있다.지난 1월 초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한 연설에서 수치 여사의 대선 출마를 가능하게 하는 개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세인 대통령의 연설에서 그 대목만 부각됐다며 관심을 덜 받은 다음 발언을 전했다. 세인 대통령은 “상황을 조심스럽고 지혜롭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이룬 정치적인 자유를 송두리째 잃어버릴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헌법이 고쳐지더라도 수치 여사의 대통령 당선은 군부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미얀마는 대통령을 유권자가 직접 투표해 뽑는 대신 의회에서 선출하는데, 군부는 의회 의석의 25%를 할당받는다. 군부가 비토하면 총선에서 승리해도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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