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美공장, 12일부터 美자동차노조 가입 표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위치한 독일 폴크스바겐 공장 노동자들이 12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전미자동차노조(UAW) 가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블룸버그 통신과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따르면 채터누가 공장의 시간제 근로자 약 1550명이 투표에 참여하며 14일 오후 8시30분 투표가 종료되고 몇 시간 안에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은 표결이 가결되면 미국에서 노조를 가진 최초의 외국계 자동차 회사 공장이 탄생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십 년간 회원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UAW는 폴크스바겐을 가입시키기 위해 막대한 돈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UAW의 진출을 막으려는 시도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표결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테네시 주지사 "UAW 가입 막아야"= 빌 하슬람 테네시 주지사는 지난 5일 테네시주 지역지 기고를 통해 폴크스바겐 측에 UAW 가입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테네시주의 노조 가입율이 높아지면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테네시주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6.1%다. 미 전국 평균 11.%보다 낮다. 낮은 노조가입률과 임금은 테네시주가 기업을 유치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테네시주 노조 가입자 수는 25%나 증가해 미 전체 주 가운데 가장 많은 3만1000명의 신규 노조원이 생겼다. 하슬람은 이번 찬반 투표가 폴크스바겐의 장기 목표에 부합하는 것인지 우렵스럽다는 의견을 폴크스바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폴크스바겐이 그동안 생산비용 절감과 공급업체들에 대한 접근성 확보 등을 원했는데 이번 투표는 두 가지 중 어느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테네시주 상원의원인 밥 코커도 UAW가 채터누가에 진출하려 한다는 이야기 자체만으로 기업들이 채터누가에 투자해야 할 것인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코커는 11일 채터누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UAW가 우리 지역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공장 노동자들이 UAW 가입에 따른 영향이 어떤 것인지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커는 채터누가 시장을 지내며 폴크스바겐을 유치했던 인물이다. 강력한 UAW 반대 의사를 밝히는 시민단체들도 있다. 한 단체는 노조의 해악을 경고하는 광고판을 채터누가에 13개나 세웠다. 한 광고판에는 "UAW는 버락 오바마처럼 진보적 정치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지출한다"고 썼다. 또 다른 광고판에는 "지난 30년간 미 자동차 부문 감원은 대부분 노조에 가입된 기업들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UAW 회원 75% 감소= UAW는 폴크스바겐 공장 가입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UAW의 회원 숫자가 1979년 이후 7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UAW는 폴크스바겐을 가입시키면 다른 기업들의 노조 설립을 촉진하고 회원 수 감소 흐름을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로버트 라이히 공공정책학 교수는 "폴크스바겐 공장의 표결이 판을 바꿀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에머리 대학의 메를 블랙 교수는 폴크스바겐이 UAW에 가입한다 하더라도 다른 기업의 노조 설립 바람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높은 실업률이 노조 설립의 걸림돌"이라며 "일자리도 부족하고 제조업 근로자들은 다른 부문 근로자들보다 처우가 좋기 때문에 사측과 충돌을 주저한다"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 "중립 지킬 것"= 폴크스바겐측은 표결과 관련해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채터누가 공장의 프랭크 피셔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채터누가 공장은 독특한 미국식 협의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며 "회사는 우리 공장 직원들에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터누가 공장의 한 직원은 2011년 채터누가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폴크스바겐 측은 독일에서 존재하는 노동협의회(work-council) 구성을 약속했고 이것이 노조 설립 논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UAW도 표결이 통과되면 노동협의회를 만든다는 점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노동협의회는 독일에서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미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독일에서 노동협의회는 파업이나 임금 협상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폴크스바겐측은 이와 관련 일단 UAW 가입이 결정된 후 권한과 책임에 대해 협상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