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男 쇼트트랙, 명가 재건 나선다

신다운(20, 서울시청, 맨 앞)을 비롯한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달 15일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한국에서 안톤 오노(32ㆍ미국)는 오랫동안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거짓동작으로 김동성이 받았어야 할 금메달을 가로챈 악당'으로 통했다. 이래저래 기분 좋을 리 없는 인물인데, 이번엔 미국 NBC 방송의 해설자로 소치에 갔다. 그런데 그의 예언이 불길하다."한국 남자선수들은 실망스럽다. 김동성이나 안현수가 뛰던 때와 같은 강력함을 찾아볼 수 없다. 올림픽에서 남자선수들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한국에는 힘든 올림픽이 될 것이다."그러면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8ㆍ러시아), 즉 빅토르 안을 극찬했다. "안현수의 기술, 경험, 능력은 최고다. 전성기의 경기력을 회복한 것 같다"는 것이다. 빅토르 안의 활약이 돋보이면 돋보일수록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어려운 지경으로 몰린다.남자 쇼트트랙은 2013~2014시즌에 열린 네 차례 월드컵에서 금메달 두 개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4차대회에서는 개인전 '노골드'였다. 월드컵 랭킹에서 이한빈(26ㆍ성남시청)만 1500m 2위에 올랐고, 다른 3개 종목(500m·1000m·5000m 계주)에서 모두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주 종목에서 두 번째 주자로서 에이스 역할을 하는 노진규(22ㆍ한국체대)가 팔꿈치 골절과 골육암으로 빠졌다. 노진규 자리에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계주 금메달을 딴 이호석(28ㆍ고양시청)이 들어갔지만 가장 좋았을 때의 기량은 아니라는 평가다.남자 쇼트트랙은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등 최근 두 차례 올림픽에서는 여자 대표팀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남자 쇼트트랙이 최악의 성적을 낸 대회는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로, 금메달이 없었다. 지금 노메달의 공포가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을 뒤덮고 있다.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달 15일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이제 올림픽은 더 이상 한국 쇼트트랙의 금밭이 아니다. 여자 쇼트트랙도 예외는 아니다. 오노는 "올림픽은 다른 대회와는 좀 다르다. 올림픽을 휩쓸기는 어렵다"며 심석희(17ㆍ세화여고)가 3관왕에 오를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남자는 더욱 어렵다는 얘기다.그러나 가능성이 줄었을 뿐이다. 쇼트트랙 경기에는 변수가 많다. 남자선수들은 열심히 훈련해 왔다. 지난달 22일부터 해발 1800m대 고지인 프랑스 퐁트 로뮤에서 막판 담금질을 했고, 6일에는 올림픽이 열리는 소치에 들어간다.신다운(20ㆍ서울시청)과 이한빈 등 신예들은 기대를 걸 만하다. 신다운은 지난해 3월 헝가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1000m와 1500m를 석권해 종합우승했다. 이한빈은 지난해 11월 월드컵 3차대회 1500m에서 우승했다. 여기 이호석과 김윤재(23ㆍ성남시청), 박세영(20ㆍ단국대)이 가세한다.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상대해야 할 라이벌들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빅토르 안 뿐만 아니라 찰스 해믈린(29ㆍ캐나다)도 무서운 상대다. 빅토르 안은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강한 집중력을 발휘할 것이다. 해믈린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 2관왕(500m·5000m 계주)이다.승부의 관건은 얼마나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레이스에 집중하느냐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표팀의 경험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이호석만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더구나 이호석은 노진규 대신 들어와 5000m 계주에만 출전한다.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은 극적인 승부를 여러 번 보여줬다. 1998년 나가노에서는 골인 직전 '앞차기'로 우승을 낚아챘고(김동성), 2002년 솔트레이크에서는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에 울었다(김동성). 111.12m의 타원형 트랙에서 펼쳐지는 순간의 승부. 소치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그들의 도전은 오는 10일 오후 6시 45분(한국시간) 신다운, 이한빈, 박세영이 출전하는 남자 1500m로 막을 올린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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