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불안 동남아, 금융시장 숨넘어갈 판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 통화가치 급락, 주가는 바닥…'팔자' 분위기에 국채 금리 치솟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정국불안 탓에 동남아시아에서 연초부터 자금이탈이 가시화하고 있다.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여름 '버냉키 패닉'에서 겨우 벗어난 동남아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2개월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태국에서는 바트화 가치가 연일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한국 시간으로 8일 오전 10시 현재 달러·바트 환율은 전날보다 0.07% 오른 33.094바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10년 3월 이후 4년여만의 최고치다.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연초부터 3% 정도 급락했다. 지난해 10% 넘게 빠진 태국 증시가 올해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위 장기화로 태국 정부가 진행 중인 600억달러(약 64조원)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도 차질을 빚고 있다.태국의 반정부 시위를 시작으로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에서도 정권 퇴진 요구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태국은 다음달 조기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4월과 7월 총선·대선을 치른다. 인도 역시 5~6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치적 변수가 동남아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올해 들어 5거래일 동안 동남아 통화는 미 달러화 대비 2.5~4% 급락했다. 태국 바트에 이어 필리핀 페소도 4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가 25% 추락하는 등 지난해 최악의 시기를 보낸 동남아 외환시장은 올해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출렁이는 것은 주식·외환 시장만이 아니다. 동남아 채권 시장 역시 심상치 않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0.60%포인트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 0.14%포인트를 웃돈 것이다.인도네시아 정부가 연초 발행한 20억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금리는 5.95%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발행금리의 두 배에 이른 것이다. 동남아 주요국 국채 금리는 최근 5% 중반대를 넘어섰다. 지난 4월 3.5% 수준에서 크게 오른 것이다.전문가들은 동남아에서 시작된 '팔자' 분위기가 신흥국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에 투자하는 최대 상장지수펀드(ETF)인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신흥국 ETF에서 올해 들어 3일 동안 12억달러가 증발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보다 빠른 자금 이탈 속도다. FTSE 신흥국 ETF가 보유한 신흥국 주식들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4.2% 하락했다.싱가포르 투자기관 라이온글로벌인베스터스의 잔 데 브루이진 아시아 주식 담당은 "동남아 자본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며 "향후 1~2년 동안 동남아 금융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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