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조4376억…자금조달 특급도우미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올해 산업은행이 A등급 이하 비우량기업들의 회사채를 가장 많이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부활할 정도로 신용등급간 차별화가 심화된 가운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유량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백기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26일 코스콤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AA부터 BB+이하까지 11개 신용등급 중 A부터 BBB-까지 5개 등급에서 산업은행이 회사채 인수 1위를 기록했다. 통상 기관 투자자는 AA등급 이상 회사채 위주로 투자해 A등급 이하 비우량 기업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지난해 웅진 사태와 올해 STXㆍ동양 사태 등을 거치며 기관은 더욱 지갑을 닫았다. 이들 A등급 이하 기업들로서는 회사채 미매각에 대비해 확실한 인수처가 필요한데, 시중 증권사 대신 산업은행이 그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BBB- 등급 회사채는 올해 800억원이 발행됐는데, 이 중 산업은행이 400억원을 인수했다. 지난 9월 동부건설 100억원, 지난달 폴라리스쉬핑 300억원 등이다. BBB는 6800억원 중 산업은행이 2100억원(30.8%)을 사들였다. 동부와 코오롱 계열사가 대부분이었는데, 코오롱글로벌만 1000억원을 인수했다. 이밖에 산업은행은 BBB+ 2400억원, A- 2276억원, A 4900억원 등을 인수하며 각 등급별 회사채를 가장 많이 인수한 곳이 됐다. A+는 2300억원을 인수해 한국투자증권(5200억원), KB투자증권(3600억원) 등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투자등급 중 비우량으로 꼽히는 이들 5개 등급의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모두 9조2676억원이었고, 산업은행은 1조4376억원(15.5%)을 인수했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산은이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발행 자체를 못했을 기업들이 많다"고 전했다. AA등급 이상 우량 기업들은 대형 증권사 등 기존 IB 강자들이 주로 인수했다. AA-는 우리투자증권이 1조950억원으로 가장 많이 인수했고, 그밖에 AA(KB투자증권, 9090억원), AA+(SK증권, 9800억원), AAA(대우증권, 1조3145억원) 등이었다. 투기등급인 BB+이하 회사채를 가장 많이 가져간 곳은 유진투자증권(145억원)이었다. LIG투자증권(75억원), 아이엠투자증권(1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어쨌든 비우량 기업들인 만큼 산업은행은 재정 건전성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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