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학기술, 실험실을 박차고 나와라

우리를 괴롭히는 중국발 초미세먼지에 대한 예보의 정확도를 높인다. 스미싱 등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한국인 체질에 맞춰 심ㆍ뇌혈관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모형도 개발한다. 음식물쓰레기와 환경오염 물질을 줄이고 농수산식품에서 유해물질을 가려내는 기술도 만든다. 어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4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확정한 과학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 10대 실천과제다. 사이버 범죄와 불법 유해식품, 질병 등 사회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자는 취지다. 과학기술 개발이 나와 상관없는 것이 아닌 생활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줄 수 있는 바람직한 접근이다. 개인이 어쩌기 힘든 사회문제를 과학기술의 힘으로 해결하면 과학의 생활화와 대중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모처럼의 정부 계획이 결실을 거두려면 연구자의 창의성이 존중되고 연구성과를 산업으로 연결시키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한 대학병원 교수가 특정 암의 발생확률을 계산해주는 모바일 앱을 개발했으나 질병 진단ㆍ치료용 앱은 의료기기 제조업체만 만들도록 한 법에 묶여 보급하지 못했다. 산업과 관련 부처별 칸막이 규제를 완화해야 신산업과 시장이 출현한다.  과학기술 두뇌는 하루아침에 양성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과학하는 마음'을 키우는 교육이 절실하다. 청소년 세대로 하여금 과학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며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초ㆍ중ㆍ고교에서의 과학동아리 활동은 물론 지역 과학관과 도서관,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생활과학교실이나 과학캠프를 활성화하자. 다양한 과학ㆍ생태ㆍ환경 체험 프로그램을 접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교에서 문과ㆍ이과로 나누지 않고 통합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학기술이 생명력을 지니려면 실험실에만 앉아있어선 안 된다. 실험실 문을 박차고 나와 보다 많은 분야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술혁신을 꾀해야 한다. 조선시대 장영실의 자격루(물시계)와 측우기, 정약용의 거중기에서 보듯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과학의 생활화를 실천했다. 과학기술이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실질적인 길을 사회문제 해결형 과학기술 혁신에서 찾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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