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뮤지션이 보여준 150분의 고독 그리고 추억

[아시아경제 박건욱 기자]가수 이적이 8천 관객을 열광시키며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적은 지난 6일과 7일 양일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5집 정규앨범 '고독의 의미' 발매 기념 콘서트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를 개최했다. 이날 2년여 만에 콘서트를 열고 무대에 오른 이적은 매력적인 음색과 명불허전 가창력으로 공연장을 빈틈없이 가득 메운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간 주로 소극장 무대에 섰던 이적은 6일과 7일 이틀에 걸친 총 2회의 대극장 공연을 통해 총 8,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폭 넓은 팬층을 보유한 뮤지션의 저력을 입증했다. 5집 정규앨범 수록곡 '뭐가 보여'로 공연의 포문을 연 이적은 약 150분간 패닉 활동시절 발표한 '달팽이', '왼손잡이',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를 비롯해 '그녀를 잡아요', '거위의 꿈', '하늘을 달리다', '같이 걸을까', '빨래', '다행이다', '그대랑',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등 총 20여곡의 히트곡을 열창했다. 그는 발라드와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으며 새 앨범에 치우치지 않고 패닉과 카니발 시절의 히트곡까지 고루 다뤄 팬들의 오래된 감성을 자극했다. 특히 이날 공연은 이적의 더욱 깊어진 목소리와 완벽한 음향효과가 어우러지며 높은 완성도를 선사했다. 공연내내 무대의 비쥬얼과 영상등이 이적노래의 몰입도를 더했다. 이적은 또 재치만점 입담으로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오프닝 무대가 끝난 이후 입장한 관객들에게 "이제 들어오시는 거냐. 맨앞 중앙 자리를 예매해놓고 늦게 오시면 어떻게 하냐. 벌써 '달팽이'를 불렀다. 사실상 하이라이트가 끝났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또, '거위의 꿈'을 부른 뒤 "아직도 이 노래가 인순이 선배님의 노래인 줄 아시는분들이 있다"며 "저작권료는 어차피 카니발(이적, 김동률)에게 들어오니까 괜찮다"고 털어놔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이적은 오랜만에 콘서트를 연 소감에 대해 "정말 많은 분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워주셨다. 이번에 단독 콘서트로 가장 큰 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이틀간 8,000석을 가득 채워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언젠가 소규모 공연을 열고 공연이 끝난 뒤 시간 되는 팬분들과 뒤풀이를 하고 싶다. 술값은 더치페이로 할 거다. 공연에 대한 대화를 함께 나누며 맥주 한 잔하고 헤어지는 그런 날이 언젠가 올 거라 생각한다"고 팬들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오랜만에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호흡한 이적은 여전히 겸손하고 또 겸손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관객석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뜨거운 팬들의 환호에 엄지손가락을 수없이 치켜세웠고 일일이 눈을 맞추며 2층과 3층 객석에 앉아 다소 먼 거리에 있는 관객들까지 챙겼다. 이적은 화려한 퍼포먼스 없이 오로지 귀로 듣는 마음으로 느끼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의 저력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이적에게서 거만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팬들에게 아낌없이 고개 숙일 줄 아는 모습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이적은 "'뮤직뱅크' 1위는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새 앨범도 너무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이번 콘서트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신다"며 "요즘 여러 가지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감사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지내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뮤지션의 미래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다. 하지만 난 꿋꿋이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할테니 다음 공연에서도 또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이적 콘서트는 대극장의 웅장한 스케일에 맞게 시각적 스펙타클과 다이나믹한 음악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극한의 음악 체험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한편, 이적은 2014년 투어 콘서트로 지방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박건욱 기자 kun1112@asiae.co.kr<ⓒ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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