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버려진 채 발견돼 캐나다로 입양…친부모 찾으려 지난해 한국 방문
내년 4월 출국 앞두고 있지만 부실한 입양아 관리체계로 제대로 된 기록 '전무'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다섯 달 후엔 제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게 될지도 몰라요."2013년의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은 12월. 많은 사람들이 다가오는 새해를 기다리지만 유대진(29·여·사진)씨에겐 2014년의 시작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한국인 입양아인 그는 캐나다에서 사라 이시다(Sarah Ishida)라는 이름으로 지금껏 살아왔다.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 지난해 한국을 찾았지만 아직 친부모의 존재는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 1984년 어린 유씨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포대기에 싸여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발견됐다. 1984년 6월15일생으로 추정되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진 않다. '유대진'이라는 그의 이름은 발견 당시 사회복지사가 붙여줬다. 지역파출소로 인계된 유씨는 9개월 만에 대한복지원을 통해 캐나다로 입양됐고 일본계 캐나다인 아버지와 캐나다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 친부모와 가족을 찾고 있는 입양아 유대진씨
"캐나다에 계신 부모님이 한국에서 태어난 오빠와 저 2명을 입양했어요. 오빠가 한국에 계신 친부모를 찾은 것을 보고 저 역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가득 차 한국으로 오게 됐어요."그러나 그의 기대는 아직 현실로 실현되지 못했다. 대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없는 시간을 쪼개 서울로 올라와 입양기관과 경찰서를 수도 없이 찾아갔지만 소득은 없었다. 오빠의 경우 입양기관에서 최소한의 정보를 기록해 둔 덕분에 가족을 찾았지만, 그에게 남겨진 과거는 몇 장의 사진과 간단한 발견 당시 상황이 전부였다. 유씨는 "최초로 발견돼 인계됐던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이미 그곳은 없어졌고, 관련 기록도 5년이 지나면 모두 폐기하게 돼 있다는 말만 들었다"며 "많은 입양아들이 저처럼 한계에 부딪혀 생부모를 찾는 것을 그만두지만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을 드러냈다. 간단한 한국어밖에 하지 못하는 유씨를 위해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이 통역과 전단지 배포 등의 일을 도와주고 있다. 종로구와 창신동 일대에 전단을 뿌리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그의 가족이나 가족을 아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는 내년에 캐나다로 돌아가면 법학 공부를 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입양아들을 돕는 일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직은 서툴지만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언젠가 만날 가족과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어서다. "3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제 가족은 발견됐던 창신동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을 수도 있고, 세상을 떠났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소식만이라도 꼭 들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유대진씨의 가족 또는 가족의 행방을 아는 분은 이메일(slishida1@gmail.com, lshcwl2915@naver.com) 또는 휴대폰(010-5442-2915·이승훈)으로 연락하면 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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