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폭탄·세무 조사·소지품 검사‥'세금짜내기' 극성

국민들 '애꿎은 서민·중소기업 괴롭히지 말고 차라리 증세해라' 불만 고조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달 말 직장인 K모(52)씨는 해외 출장을 다녀 오다 졸지에 '범법자'가 됐다. 면세점에서 대학생 자녀에게 줄 시계를 선물로 샀다가 세관에서 '미신고 물품'으로 적발돼 가산세를 문 것이다. 400달러 이상 물품을 반입할 때 미리 신고해야 하는 규정을 알고 있는 있었지만 그동안 잦은 해외 출장에서 한 번도 검색 대상이 되어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나 했다가 예전보다 대폭 강화된 세관의 검색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K씨가 무엇보다 기분이 나빴던 것은 세관에서 마치 자신을 '범죄자' 취급했다는 것이다. K씨는 "요즘 정부가 세금이 부족하다면서 이것 저것 단속을 세게 한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고, 잘못 한 것이 있으면 단속하는 것도 맞다"면서도 "다른 사람들 다 보는데서 커다란 가방을 다 열어 보여야 했고, 세금에 가산세까지 받으면서 마치 내가 무슨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함부로 대해 기분이 굉장히 상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 각 기관들의 '세금짜내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차라리 정식으로 증세를 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복지 예산 등에 재원이 부족하다면 괜히 멀쩡한 시민들을 범법자ㆍ불성실납세자 등으로 몰아 정신적 피해까지 주면서 각종 과태료ㆍ범칙금ㆍ세금 추징을 하지 말고 정식으로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의 각 경찰들은 지난 1일부터 정지선 침범ㆍ꼬리물기 등에 대해 집중 단속을 시작했다. 적색 신호에 교차로나 횡단보도 정지선을 넘는 행위는 물론 녹색 신호인 건널목에 정차해 보행자 통행을 방해하는 등을 중점 단속한다. 교차로에 정체가 발생하는데도 녹색 신호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진입해 통행을 방해하는 '꼬리 물기', 교차로 내 정지ㆍ서행 중인 다른 차량 앞으로 끼어드는 행위도 단속한다. 정지선 위반의 경우 범칙금 6만원에 벌점 15점, 꼬리물기의 경우 범칙금 4만원이 각각 부과된다. 경찰은 이미 올해 초 단속 카메라를 통해 꼬리물기를 집중 단속해 지난해 2만3000건에서 올해 9월말 현재 10만4000건으로 대폭 단속 건수를 늘린 상태다. 이러자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이들도 있지만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세금이 덜 걷히자 정부의 각종 과태료 등의 부과 등 '세금짜내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태료 징수를 대폭 늘리고 있다. 2010년 5378억원, 2011년 9400억원, 2012년 1조 878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2년 만에 3.5배가 됐고, 올해 들어서도 월평균 기준 전년대비 30% 늘어났다. 늘어난 과태료의 대부분읜 경찰의 몫이었다. 경찰청의 과태료 징수액은 2010년 4455억8200만원, 2011년 7476억7600만원, 2012년 1조6412억3000만원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 9월까지 이미 1조 6137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여기에 운전자들이 가장 잘 어기면서도 별 죄의식을 갖지 않아 왔던 교차로 꼬리물기ㆍ정지선 침범이라는 '메뉴'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경찰청이 걷는 과태료는 2005년까지만 해도 특별회계로 따로 적립해 교통시설 개선 등 교통 관련 목적에만 사용했지만 관련 법 개정에 따라 이후엔 정부 회계에 통합돼 사용되면서 모자란 세수 보충에 톡톡히 몫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는 올해 들어 공항 세관의 여행자 소지품 검사 강화, 관세청의 법인심사 대상 확대, 국세청의 직장인 대상 연말정산 전수 조사 등 '세금 짜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시민들은 "세금 더 걷으려 멀쩡한 사람들에게 양심적ㆍ물적 고통을 안겨주지 말고 복지 재원이 모자라면 정식으로 세금을 더 걷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출근길 회사 앞 교차로에서 정지선 침범 단속에 걸렸다는 L모(40)씨는 "우회전 하려다 빨간 불이 되자 멈춰 섰는데, 그냥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간 앞차들은 무사한 반면 보행자들의 안전을 의식해 멈춘 나만 단속한 것은 억울하다"며 "세금 모자란다고 과태료 더 걷겠다고 멀쩡한 시민들을 범죄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연말 정산 검증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돼 '불성실 납세자'로 통보받은 후 60여만원을 더 낸 경찰관 K씨(43)씨도 "세금이 모자라긴 모자란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무엇보다 평생 성실하게 세금을 냈다고 생각해왔는데, 사소한 실수에 대해 '불성실 납세자'라는 통보를 받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전정권의 부자 감세나 특혜만 없애도 늘어나는 세금으로 충분히 복지 재정을 감당할 수 있는데, 그걸 안하려고 하다 보니 다른 강압적인 수단들이 동원돼 서민들에게 세금 폭탄을 매기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것 부터 점진적으로 해소한 후 그래도 안 되면 부유층부터 점진적으로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증세 정책을 국민적 의견 수렴을 통해 실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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