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연예인 6명이서 건 돈만 11억여원···‘축구 동우회·연예병사’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개장자 10명·상습도박자 21명 사법처리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방송인 이수근과 탁재훈, 붐, 가수 토니안과 앤디, 개그맨 양세형 등 유명 연예인들이 상습 불법도박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적게는 2600만원, 많게는 4억원까지 이들 6명이 도박에 쏟아부은 돈은 11억 6300만원에 달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윤재필)는 14일 이른바 ‘맞대기’로 알려진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 사범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올 초부터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최근까지 모두 31명을 적발해 사법처리했다. 검찰은 각각 143억원, 39억원 규모의 사설 도박판을 연 혐의(도박개장 및 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도박개장자 한모(37)씨, 김모(37)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규모가 작거나 이를 도운 8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도박개장자들은 대부분 유흥업소 종사자 출신이거나 안무가·매니저 등 연예계 종사자 출신으로 스스로도 수억원씩 걸고 상습적으로 도박을 즐겼다. 연예인들을 포함해 상습적으로 도박을 즐겨온 21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상습 도박자 가운데 상당수는 수천만원씩 걸어가며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서도 도박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일시적인 오락의 경우를 제외한 모든 도박행위는 처벌대상으로 상습적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도박판을 연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더 무겁게 처벌된다. 재판에 넘겨진 연예인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축구 동우회’와 ‘연예병사’다. 이수근, 탁재훈,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진 김용만의 경우 축구 동우회 활동으로 친분을 쌓다 같은 동우회에서 활동하던 도박개장자의 권유로 발을 들여놨다. 토니안, 앤디, 붐, 양세형은 같은 시기 연예병사로 근무했다. 휴가 때 알게 된 도박개장자의 권유로 도박에 발을 들인 이들은 부대 밖에서 행사가 있을 때 임시 지급되는 휴대전화로도 도박을 즐겨온 것으로 조사됐다. 멀게는 2008년, 가깝게는 2010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이들 연예인이 도박에 쏟아부은 돈은 토니안 4억원, 이수근 3억7000만원, 탁재훈 2억9000만원, 앤디 4400만원, 붐 3300만원, 양세형 2600만원으로 각각 조사됐다. 앞선 3명이 상습도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도박 규모가 작은 앤디, 붐, 양세형은 단순 도박 혐의로 벌금을 물도록 약식기소됐다. 지난달 불구속 기소된 모 공중파 방송 공채 출신 전직 개그맨의 경우 2008~2011년 17억9000만원을 도박에 걸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맞대기’란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상해 경기 시작 전까지 우승팀에 돈을 걸고 그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후불제로 받는 방식의 도박으로 대부분 수사 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친분관계를 토대로 폐쇄적으로 이뤄졌다. 도박자금 거래는 차명계좌로, 베팅은 쉽게 지울 수 있도록 휴대폰 문자를 이용해 은밀함을 더했다. 도박개장자 한씨가 수십명과 도박자금을 거래하는 데 쓰인 계좌 명의자만 700여명으로 전해졌다. 베팅금액이나 횟수 제한 없이 당장 도박에 걸 돈이 없어도 참여할 수 있는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은 그 규모만 270억원대에 달하지만 쏟아부은 금액을 떠나 도박참가자 대부분은 도박자금을 모두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스포츠 관련 불법 도박이 만연해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도박 중독으로 인한 개인과 사회적 병폐의 심각성에 주목해 각종 불법 도박 사범에 대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단속활동을 펼쳐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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