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회사 파고르 파산보호 신청 예정…충격 그룹 전체 확산될 듯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주주자본주의의 대안으로 평가돼 온 스페인 몬드라곤그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몬드라곤그룹 소속 스페인 최대 가전회사 파고르가 파산 직전에 몰린 것이다. 파고르가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가면 충격이 몬드라곤그룹 전체에 파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몬드라곤은 세계 최대 협동조합그룹으로 27개국에서 약 8만명을 고용해 금융, 유통, 가전, 자동차부품 등 업종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호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파고르의 폴란드 자회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데 이어 프랑스 자회사 파고르브란트도 같은 절차를 준비 중이다. 파고르브란트는 “파산보호 절차를 통해 사업을 계속하면서 고용을 유지하고 협력회사와 비즈니스 파트너의 이익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고르의 대변인은 신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파고르 본사도 이번주에 스페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파고르는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누적된 부채를 견디다 못해 몬드라곤그룹에 1억7000만유로(약 2445억원)를 수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됐다. 파고르는 그러자 지난주에 미국 엘리어트, 서버러스, 포트리스 등 펀드에 1억5000만유로 지원을 타진했지만 지원받지 못했다.파고르는 저가 아시아 제품의 경쟁에서 치이고 스페인 경기침체에 눌려 고전했다. 매출이 감소하면서 5년 연속 적자를 냈고 부채 8억5000만유로를 지게 됐다. 조합원이 임금 20%를 자진 삭감했지만 경영실적 하락을 되돌려놓기엔 힘이 달렸다. 파고르의 모든 공장에서는 조업이 3주 전 중단됐다.
몬드라곤그룹의 핵심 원칙은 소속 협동조합 사이의 연대다. 한 협동조합의 손실을 다른 곳이 메워주면서 함께 간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극심한 경기침체를 맞아 이 원칙도 한계에 봉착했다. 파고르의 자금지원 요청에 그룹 소속 유통협동조합 에로스키와 다른 두 조합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에로스키 역시 경쟁에 치여 경영난에 빠진 상태다. 파고르는 약 5600명을 고용해 세탁기, 식기세척기, 스토브 등을 제조한다. 몬드라곤그룹 전체로는 크지 않은 회사다. 그러나 파고르가 무너지면 도미노 효과로 그룹 전체에 충격이 갈 수밖에 없다. 파고르의 파산보호는 몬드라곤에 4억8000만유로의 부담을 지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엔 그룹 내 파고르에 대한 대출과 보험 분야 협동조합이 지급하는 파고르 근로자의 실업보험금 등이 포함된다. 몬드라곤그룹은 스페인의 250여개 협동조합 기업 연합체다. 몬드라곤그룹 소속 협동조합 기업은 대략 직원 가운데 85%가 조합원이다. 최고경영자(CEO)의 보수가 가장 낮은 직급의 8배에 불과하다. 주요 의사결정은 조합원총회를 열어 내린다. 스페인 정치인들은 파고르와 몬드라곤그룹이 너무 늦게 나서서 너무 적게 노력했다고 비판한다. 몬드라곤그룹 경영진은 조합이 전체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근로자 소유 모델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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