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그린 2020년 미래상은?

'패스트 팔로어'에서 '이노베이터'로 변신 선언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박민규 기자] 2020년 서울의 한 가정집. 동이 트는 것과 동시에 모든 커튼이 열리기 시작한다. 창문으로 쏟아질 듯한 햇볕을 바라보며 부엌으로 향하자 냉장고가 저장된 음식물을 빠르게 파악해 추천 요리 레시피를 제시해준다. 최첨단 스마트 기능이 탑재된 냉장고는 음식물이 떨어질 경우 미리 지정해 놓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자동으로 주문까지 해준다. 식사 후 양치질을 하며 욕실 벽에 있는 거울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자 건강상태를 체크해준다. 복잡한 스마트 기술이 탑재된 욕실 거울은 체온과 맥박을 감지해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해주고 이상이 있을 경우 집이나 회사 근처의 병원에 예약까지 해준다. 스마트폰은 화면을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폴더블 기기가 일상화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은 직사각형에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기기였지만 이제는 기상천외한 디자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화면을 자유자재로 휘고 접을 수 있게 되며 디자인의 한계가 사라진 것이다. 사무실에선 회의실의 개념이 사라졌다. 각자의 사무실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화상 회의를 진행한다. 작은 스마트폰 대신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디스플레이에서 회의를 진행한다. 초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는 상대방의 모습을 실제처럼 비춰준다. 만질 수는 없지만 상대방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TV의 개념도 크게 달라졌다. 어디에 놓아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집이 좁은 사람들은 테라스 창문 전체를 TV로 사용한다. 벽 전체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는 '월 TV'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때 '본방 사수'라는 말이 인기를 끌었지만 전 세계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게 됐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오는 2020년이면 실현될 '스마트 홈'의 미래상이다. 8년 만에 가진 삼성전자의 애널리스트데이에서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들이 그린 미래상으로 만들어본 장면이다. 6일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데이에서 삼성전자는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이노베이터'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세계 1위 전자업체로 우뚝 선 삼성전자는 더 이상 남을 쫓아가는 것만으로는 1등을 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빠져있다. 이날 애널리스트데이의 각 세션을 맡은 삼성전자 CEO들은 모두 '세상에 없던 제품' '경쟁사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기술 초격차' 등을 강조하며 이노베이터로서의 새 시대를 선언했다. 권 부회장은 "스마트홈이라는 미래 비전을 A부터 Z까지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는 삼성전자"라며 자신감을 한껏 내비쳤고 각 사업부문에 대한 '기술 초격차'로 기술 장벽을 쌓아올려 후발주자와의 거리를 벌려 놓겠다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스마트워치 '갤럭시 기어'로 시작된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혁명을 내세웠고 윤 사장은 전통적인 TV와 생활가전 제품들의 개념이 수년 내로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4세대(4G)인 통신 기술은 5G로 다시 한 번 진화한다. 4G가 초고속 유선통신망의 속도를 구현했다면 5G는 유선통신망의 속도보다 더욱 빨라진다. 더 많은 데이터를 더 짧은 시간에 주고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혁신이 다시 한 번 시작됐다는 것이다. 3D 기술과 그래핀을 비롯한 신소재가 반도체에 사용되기 시작하며 태생부터 지금까지 실리콘과 2차원 평면 기술에 의존해왔던 반도체 업계는 새로운 도약을 맞을 전망이다. 수년 내로 용량은 더욱 커지고 전력 소모량은 줄어들고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라진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대용량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디스플레이는 눈으로 실물을 보는 것과 동일한 화면을 제공하게 된다. 이미 울트라HD TV는 눈으로 체감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영상을 집 안으로 옮겨 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실과 가상 공간,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현실 속에서 혼재하게 된다. '플렉시블 TV'가 막 등장했지만 3년 뒤에는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등장할 전망이다. 김기남 사장은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는 두께가 가장 중요한데 2015년에는 두께를 5㎜까지 줄일 수 있게 돼 자유자재로 접고 펴는 디스플레이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삼성전자는 이 같은 기술 초격차와 혁신 제품을 통해 오는 2020년 매출 40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계 IT 업체 1위, 글로벌 5대 브랜드,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회사 10위 안에 들겠다는 것이 비전이다.8년 전 같은 자리에서 당시 삼성전자 CEO였던 윤종용 부회장은 2004년을 목표로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려 세계 전자업계 톱3에 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윤 부회장의 이 같은 목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추종자에서 혁신가로 재탄생한 삼성전자의 2020년을 세계인들이 기대하는 이유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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